문화·세계어쩌다가 우리는
3부 쓰레기 섬2. 만나다
경기 안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김혜은 기자  |  kimhe0401@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54호]
승인 2015.12.02  17:28:54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청소년들은 문제로 인식되는 것만 문제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문학작품을 통해 그 문제가 정말 심각하게 변화해야 할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청소년들은 사회적 문제에 쉽게 다가가고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3부는 매번 새로운 것만 추구하는 기업의 사장이 쓰레기 섬으로 만들어진 무인도에 가게 되는 이야기다.


어린아이 팔 길이만한 날개를 가진 갈매기가 부리를 딱딱 벌리며 말을 했다. 말하는 갈매기라니, 어쩌면 서양의 신기술로 개발된 로봇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꽤나 정교하게 만들었구먼, 속으로 중얼거리며 그 녀석을 뚫어져라 보고 있자 녀석은 날아올라 내 머리 위를 빙글빙글 맴돌았다.

“여기가 어디인지 진짜 모르겠어?”

낭랑한 갈매기의 목소리가 허공을 가득 메웠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다시 한 번 섬을 둘러보았다. 조용한 한 가운데 섬은 변함없이 온화했다. 갈매기는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해변가로 내려와 모래바닥을 부리로 마구 찧기 시작했다. 모래가 걷어지고 그 속에 무언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곁으로 다가가 그 속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쇠붙이였다. 녹이 슨 쇠붙이들이 모래바닥 아래에 박혀있었다. 손으로 모래를 더 파보니 쇠붙이들이 더 많이 보였다. 하지만 그저 낡디 낡은 쇠붙이가 아니었다. 모래 속에서 지상으로 들어 올려보니 오래된 전화기와 라디오, 비디오카세트 같은 것들이었다.

“이게 뭐야?”

“이 섬은 모두 이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건 쓰레기잖아.”

“그럴까? 이게 모두 쓰레기일까?”

나는 이곳이 쓰레기가 모여 만들어진 쓰레기 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갈매기의 말이 신경 쓰이기도 했지만 조금은 희망을 얻을 수 있었다. 쓰레기가 모인다는 건 주위에 다른 섬이나 대륙이 있고, 그곳에서 쓰레기가 흘러들어온다는 얘기가 된다. 이 섬을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부터 나는 열심히 삶을 연명해갔다. 이곳이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나 대륙과 가깝다면 구조대도 분명 올 것이다. 나는 있는 기술 없는 기술을 총동원하여 불을 피우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냈다. 섬을 탐험하거나 물고기를 사냥하며 멍하니 바다만 보고 있는 시간을 줄였다. 이 섬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바닥이 뜨거웠다. 화산은 없었는데 어디선가 뜨거운 열기가 올라왔다. 나무보다는 잡초같이 생긴 큰 풀들이 우거져있었고 안쪽에 시냇물이 흐르기는 했지만 불그스름한 녹물이 함께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는 없어 그 물을 떠다 어디선가 본 정수 방법으로 정수시켜 마셨다. 맛은 정말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배 한 척도 보이지 않았다. 두 눈을 크게 뜨고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날아다니는 비행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갈매기야, 넌 날면서 말까지 할 수 있으니까 어딘가로 날아가서 이곳에 빅킹의 회장 정만보 씨가 있다고 말해주지 않을래?”

갈매기는 날개를 푸드덕대며 깔깔 웃더니 내게 말했다.

“여기서 벗어난다고? 웃기지 마! 절대 못 나가! 그리고 난 이곳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다른 곳에 갈 생각은 없어. 꿈 깨라고!”

당장에 저 갈매기를 최신형 전기철판 위에 올려 통구이로 만들고 싶었지만 이곳에서 내가 저 놈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불행히도 이곳에 좀 더 오래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섬을 둘러보면 둘러볼수록 이곳이 무인도인 것이 확실해졌고, 고개를 돌려보면 돌려볼수록 바다만 끝없이 보였다. 몸이 지치니 움직이기가 쉽지 않았다. 먹을 것은 대충 많았지만 그동안의 편한 생활을 유지하기엔 좋지만은 않은 곳이었다. 그러다 문득 모래 속에 파묻힌 고철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것을 이용하면 좀 더 편하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물건들을 파내 그것들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이것들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지 몰라.

“안 도와줄 거면 저 멀리 좀 가지 그래?”

“우리 집에 멋대로 들어온 건 너잖아.”

돌아가게 된다면 반드시 갈매기 통구이를 먹을 것이다. 나는 고철들로 무전기를 만들거나 전화기를 만들었다. 새로 부품을 찾아 조립하기도 하고 수리를 해보기도 했다. 대충은 만들어졌지만 전기가 없어 써먹을 수는 없었다. 발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또 다른 고철을 찾아 나섰다. 나는 이렇게 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고 있었다.


 

< 저작권자 © 밥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밥매거진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250, 3층 (우: 07312)  |  대표전화 : 02-837-0424  |  팩스 : 02-837-0418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영등포,라00367   |  발행인 : 최명칠  
Copyright 2011 밥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ybop@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