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세계시샘
모서리
경기 안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최은빈 기자  |  rosette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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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호]
승인 2016.02.13  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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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점점 메말라가는 요즘입니다. 길에서 늘 보던 나무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잎사귀, 나무 그늘 아래 쉬다 간 사람들에게서 존재의 의미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언젠가 나무 안에서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밥매거진 독자 여러분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줄 시 한 편을 선사합니다. 아름다운 시의 행간을 거닐며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모서리
                                                 최은빈

가장 오래 버틴 모서리만이
언어가 될 수 있다
무른 유치 너머의 치아가
단단해 지면서
물렁하던 자음들이 굳기 시작한다
이빨은 모서리의 진화형
영구치의 거친 표면에는
시간이 새겨져 있다

앞니 틈새로 흘리는
사이 시옷 소리
처음부터 품고 있던 모서리는
언어가 되는 법을 알고 있다
가장 오래 기다린 것만이
입 밖으로 비칠 수 있는 것
잘려나간 손톱의 각은 말이 없다
모서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워지는 날
뱃속 첫 고동을 기억할 때부터
치아는 첫말의 뭉툭한 모서리를
다듬고 있었다

바람에 스치는 단발머리에
아무 말하지 못하는 오후
입안에 키우던 모서리가 날카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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