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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지평선고등학교하늘과 땅, 사람이 만나 어우러지는 곳
전북 지평선고등학교 1학년 이일주 기자  |  momy15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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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호]
승인 2016.12.09  1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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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평선고등학교 본관

지평선고등학교는 전북 김제에 있는 대안학교이다. 학교 이름 ‘지평선’을 사전에서 찾으면 ‘지구상의 한 지점에서 볼 때 평평한 지표면 또는 수면이 하늘과 맞닿아 이루는 선’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즉, 지평선고등학교는 하늘과 땅, 사람이 만나는 곳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어울려 하늘의 도와 땅의 이치를 깨우쳐 알아가고 세상을 이끌어 갈 인재를 키우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평선’에서 또 다른 의미도 찾을 수 있는데, 강연을 위해 학교를 찾으신 고전평론가 고미숙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계속해서 보고 따라가게 하는 무엇이 ‘지평선’이다.”
목표이자 이상이 되는 지점이 바로 지평선이라는 것이다. 우리 지평선고등학교는 이처럼 목표와 이상을 좇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배움터이다. 이 배움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약 120여 명의 학생들이 생활하고 배우고 있는 우리 학교의 특별한 모습들을 여러분께 소개한다.

 

지평선의 인사, 반갑습니다
우리 지평선은 독특한 인사법이 있다. 양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며 “반갑습니다”하고 인사하는 것이다. 입학 서류를 제출하려 학교에 들렀을 때 학생들의 입에서 낯선 인사말이 흘러나와 조금 놀랐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젠 익숙해진 탓에 어딜 가나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보다 ‘반갑습니다’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전에 어느 기사에서 보았는데 반갑습니다라는 말에는 이런한 뜻도 있다고 한다.
“‘반갑습니다’라는 말은 곧 ‘반’과 ‘같습니다’라는 뜻이에요. ‘반’은 크다, 밝다, 중심, 근원, 하늘을 뜻하며, 즉 당신은 크고 밝은 중심의 근원인 하늘을 품고 있는 매우 고귀한 존재라는 극존대의 인사말이 되는 것이죠.” - 천우 국학원 전문위원



하루의 시작, 아침운동
지평선 학생들은 기숙사생활을 한다. 학교에서 하루는 아침운동으로 시작한다. 학생들의 체력 증진을 위해 이뤄지는 활동으로 학생들은 아침 6시에 눈을 뜨면 간단한 세면 후에 바로 강당으로 나간다. 108배, 춤, 조깅 등 여러 변화를 거쳐 현재는 태격과 코숨 달리기를 한다.

태격은 사서삼경에 통달한 선비들이 익히던, 400년 동안 전해 내려져온 우리나라 전통 무예이다. 강당에서 직접 선생님이 동작을 선보이면 학생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따라한다. 마음 수련의 일환인 만큼 동적이기보다 정적인 움직임에 가깝다.

코숨 달리기는 달리기라는 말이 들어가는 만큼 동적인 움직임이 더 강조된다. 입이 아닌 코로만 숨을 쉬는 것에 중점을 두고, 메트로놈에 맞춰 팔 앞뒤로 흔들기, 제자리 뛰기, 체육관 왕복 달리기를 실시한다.



지혜의 숲, 도서관
독서와 함께 인문학적 사유와 사색을 중요하게 가르치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크게 자랑할 것을 꼽자면 바로 도서관이다. 지혜의 숲이라고도 부르는 도서관은 건물 자체로도 독특한 모습을 풍겨 이목을 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면 동그란 창문이 인상적인데 비가 올 때면 창문의 틈을 타고 후두둑 후두둑 비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옆 창문을 타고 햇살이 확 들어와 내부를 환하게 비춘다. 덕분에 넓은 공간임에도 전체적으로 아늑한 느낌이 든다. 특히나 2층은 조명이 덜 밝은 주황빛이라 깜깜해진 저녁에 조명만 두어 군데 켜져 있는 걸 보면 은은한 분위기가 생긴다.
2층 서가에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몇몇 선생님들의 서가도 엿볼 수 있는데 학교에서 일본어와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계시는 이경룡 선생님 서가의 경우, 이탈리아어, 일본어, 영어 등 수많은 언어로 쓰인 여러 책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단순히 어떤 책이 있는지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2층 서가에는 교장선생님을 비롯해 몇몇 선생님들의 서가도 엿볼 수 있는데 학교에서 일본어와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계시는 이경룡 선생님 서가의 경우, 이탈리아어, 일본어, 영어 등 수많은 언어로 쓰인 여러 책들이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단순히 어떤 책이 있는지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를 것이다.



도서관에서 열리는 스토리텔링

   
▲ 스토리텔링 시간

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읽고 대여하고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다. 흥미로운 행사 역시 이곳에서 이루어져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소중한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학교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평일 8시 10분부터 55분까지 아침독서 시간을 갖는데, 이를 바탕으로 발표자가 한 달간 읽은 책을 소개해 주는 ‘스토리텔링’이 도서관에서 열린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여는데 학생들은 책에 대한 진지한 접근은 물론, 직접 연극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지난 스토리텔링 때는 『백범일지』를 읽고 연극에 김구를 등장시켜 그의 독립운동을 그려냈는데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스토리텔링은 듣는 입장에서 매우 재미있을 뿐 아니라 책에 대해 다양하고 새로운 견해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익하다. 발표하는 입장에 있어서도 책을 소개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책에 몰두하고 큰 즐거움에 젖게 된다. 그리고 청중 앞에서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데서 짜릿함 또한 느끼게 된다.



인문학 프로젝트
요즘 사회에서 대두되고 있는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인문학은 인간에 관한 모든 학문을 가리킨다. 인문학 중심교육은 우리 학교의 교육철학 중 하나로, 독서하고 질문하며 사유와 사색으로 나아가는 배움을 강조하고 있다.

‘인문학 프로젝트’ 역시 인문학 중심교육에서 비롯되었다. 학생들은 학기 초에 주제를 선정해 1년 동안 매주 수요일 인문학 시간마다 프로젝트별 활동에 임한다. 올해 진행 중인 7개의 인문학 프로젝트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는 ‘복사꽃 할머니와 복숭아들’, 직접 농사해 밥 한 그릇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체험해 보는 ‘농사: 밥 한 그릇의 시원’, 학생들의 꿈을 수집해 분석해 보는 ‘꿈으로 다시 깨어나라’, 다른 시각으로 그림에 접근해 보는 ‘그림으로 보는 세상’, 새로운 독서법을 실시해 보는 ‘슬로 리딩’, 환경과 경제라는 가치가 상충할 때의 균형점을 찾는 ‘환경과 노동, 그리고 경제성장’, 친환경적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환경살리미’가 있다.

12월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인문학 큰 잔치도 열리는데 1학년이라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전교생이 온 마음을 다해 준비하는 가장 큰 행사인 만큼 많은 기대를 품고 기다리고 있는 요즘이다.



스스로
고등학생 정도 된 나이에 ‘스스로’라는 단어는 각자에게 어떻게 여겨지고 있을지? 좋든 싫든 우리 학교에 들어오면 그 스스로라는 단어의 무게를 진정으로 체감하게 된다.

대부분의 과목에서 시행되는 거꾸로 수업은 미리 수업동영상을 듣고 수업시간엔 보조적인 내용을 덧붙여 설명을 받는 방식인데 스스로 학습과 다름없다. 다른 말로 공부에 있어서 의존적인 태도를 버리고 알아서 잘 챙기는 자세가 있지 않고서야 제대로 공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또, 방과 후에는 수행평가다 뭐다 하느라 여유롭지가 않다. 때문에 시간을 어떤 식으로 효율적으로 배분해 사용하느냐가 관건이다. 학습이며 시간 관리며 스스로 챙기다 보면 ‘자력’의 의미를 되새길 수밖에 없다.



엄마~~!

   
▲ 우리 학교 엄마

처음 학교에 왔을 때 가장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엄마’라는 호칭이었다. 우리 학교에서는 식당에서 언제나 따뜻한 밥과 맛있는 반찬을 준비해 주시는 분들을 엄마라고 부른다. 엄마는 가족 중에서도 가장 가깝고 친근한 사람이다. 식당의 엄마도 호칭에 의해 더 특별하고 가까운 사람이 되어간 것 같다. 기사를 위해 엄마 한 분께 음식을 준비하실 때 어떤 마음이 드시는 지 여쭤보았는데 이런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음식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따뜻함. 음식도 따뜻한지가 중요하고 준비할 때도 따뜻한 마음으로 너희들 생각하며 하는 거지.”



김장

   
▲ 1년에 한 번 학교 구성원들이 모여 김장을 한다

수능이 끝나고 김장 준비가 한창인 곳에서 고3 언니, 오빠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오빠들은 김치를 나르느라 바쁘고, 언니들은 마늘을 까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자는 건축과목 시간 동안 김장 준비에 참여했는데 덕분에 기자의 손에도 하루 종일 마늘 냄새가 풍겼었다.

학교가 세워진 지도 14년, 학교에서 김장을 한지도 14년 째라한다. 그만큼 학교에서 대대적으로 하는 일종의 전통이라 할 수 있겠다. 김장 날이 되자 엄마들도,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모두 힘을 합쳤다. 무엇보다도 많은 학부모님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김치를 버무리시는 모습은 말 그대로 진풍경이었다. 힘드실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김장 할 때 어떤 기분이 드시냐는 질문에 ‘김장하는데 날이 좋아서 좋네요’, ‘뿌듯하죠’라는 답을 들었다.

김치 하나 담그는 데 이렇게 많은 수고를 필요로 하는데, 그동안 김치를 먹을 때는 당연하게 아무 생각도 없이 먹어버리고 있었다. 어느 음식이든 이제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 음식이 밥상 위에 올라오기까지 사람들의 노력을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지평선의 자연환경

   
▲ 학교에서 본 아침 하늘

가을이 되면서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에 많이 감탄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도, 일정한 시간마다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까마귀 떼도, 파랗게 갠 하늘도 영락없는 가을풍경이었다.

학교에서 보는 일몰과 일출 역시 정말 아름답다. 아침운동을 마치고 건물로 돌아올 때면 매일 하늘이 다른 색깔로 물들어 있다. 언제는 타는 듯한 주황색이었다가 언제는 연한 분홍빛을 띤다. 또, 밤엔 별이 총총 박힌 풍경이 압권인데 시골 할아버지 댁보다도 더 많은 별이 보인다. 학교에 입학하기 이전에는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찾을 때마다 실패했었는데 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W모양의 카시오페이아 자리, 그리고 북두칠성을 보았다.


 

활발한 동아리 활동
우리 학교에는 학생 자치 동아리 활동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과자 ‘사브레’를 먹다가 동아리 이름으로 채택된 밴드 동아리 사브레에서부터 머랭 쿠키, 초코칩 쿠키, 마들렌을 굽는 쿠클, <Time> 기사 하나를 정해 해석하는 구아바, 학교의 자랑 연극부 아파시오나토 등 그 종류도 많다.

그중 독특하게도 철학을 중심으로 모인 동아리가 있다. 바로 ‘철석철석’이다. 철학의 초석을 다진다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3학년 장윤석 학생에 의해 결성된 이후 현재 1학년 고도영 학생이 부장 자리를 넘겨받았다. 부장과 인터뷰해 보았다.

 

동아리 ‘철석철석’의 부장 고도영 학생과의 인터뷰

   
▲ 동아리 철석철석 부장 고도영

철석철석에서 하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부원들이 모여서 자기의 세계관과 철학관을 반영한 논쟁을 진행합니다.


어떻게 처음 철석철석이라는 동아리에 들어오게 됐나요?
친한 친구가 부원으로 들어가 있었고, 마침 저도 철학에 관심이 많던 차에 재미있겠다 싶어서 들어갔어요. 처음에 동아리는 들어가고는 싶고... 쭈뼛쭈뼛하고 있을 때 친구가 적극적으로 행동해줘서 들어가게 됐는데 그때가 생각나네요.


생긴 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1학기 때 『소피의 세계』를 다 같이 읽은 게 기억에 남아요. 내용이 딱딱하거나 지루하지 않고 소설처럼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이었는데요.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생각을 듣고, 사고를 보다 확장시킨 계기가 된 것 같아 좋았어요.


앞으로 어떤 동아리가 됐으면 좋겠나요?
편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그런 동아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데 있어 편안한 분위기는 중요하니까요. 단, 너무 자유로우면 운영이 제대로 안 되니 어느 정도의 규칙과 약속은 있어야 하겠지요.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모두가 믿고 의지하며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동아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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