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
제9회 전 국민 잡지읽기 수기공모전 당선작 - 잡(job)으로 이끌어주는 종이(紙)- 우수상 고등부(한국잡지협회장상)
신유미 기자  |  myb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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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호]
승인 2017.02.05  19: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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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잡지협회는 지난 4월 18일~9월 18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잡지읽기 수기공모전을 개최했다. 잡지를 소재로 한 다양한 주제의 글이 출품되었으며, 일반부 10명, 청소년 11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중 청소년 부문 수상작을 연재한다.



- 경기 백신고등학교 이세령

다음 국어시간부터는 수업을 도서관에서 진행한단다. 국어선생님께서는 학기말인 만큼 참된 국어를 참된 방법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하셨다. 나를 비롯한 반 친구들은 대충 선생님께서 언급하신 방법을 예상할 수 있었다. 평소에 그분께서는 끊임없이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셨다. 책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신이 필요한 정보의 습득과 국어 감각의 훈련을 동시에 할 수 있단다. 우리 선생님 머릿속의 국어 감각은 어휘, 문법과 내용흐름 등을 포함한다. 선생님에 의하면 고등학생들이 간절히 원하는 내신과 수능에서의 고득점도 생전에 독서를 해왔다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과서와 필통도 챙길 필요 없이 학생들은 터덜터덜 도서관으로 향했다. 교내에 도서관이 작지도 크지도 않은 규모로 1층에 마련되어있다. 학생들은 삼삼오오 의자에 앉았다. 우리 국어선생님께서는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에 맞춰 모습을 드러내셨다.


“안녕, 2학년 6반? 지난번에 말했다시피 오늘은 진정한 국어공부 방법인 독서를 할 거야! 주변을 둘러봐. 무수한 책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는 게 느껴지지? 우리 학교가 얼마나 좋은 학교인지도 알겠지? 자, 독서를 하는데 너희들이 관심 있는 책을 여기서 선정하는 거야. 두껍고 어려운 내용의 책을 읽으면 좋지. 좋긴 좋은데 책 내용을 전부 다 이해했다고 자신 있게 말할 학생들은 얼마 안 될 거야. 근데 그건 독서가 아니야, 애들아. 이해했다면 매우 훌륭한 학생이야. 내용이 쉽고 두께가 얇은 책이더라도 내가 책 안에 있는 정보들을 100% 흡수했을 때 비로소 독서를 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거야. 알겠지? 그럼 지금부터 선생님이 말한 거를 뼈에 새긴 채 독서하고 진리적 국어공부를 한다. 실시!”


학생들은 도서관 안을 어슬렁거렸다. 독서와 사이가 아직 어색했던 나 역시도 수십 개의 책장 주변만을 빙빙 돌기만 했다. 다섯 바퀴나 도서관을 열심히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벼운 손으로 무거운 발로 나는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내 친구들은 벌써 첫 쪽을 다 읽었는지 책장을 휙휙 넘기고 있었다. 심지어 만화책을 손에 쥔 친구는 한 장의 끝이 곧 코앞이었다. 이대로 수업시간을 멍하니 보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쯤 나는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다. 아차 싶어서 다시 책장으로 걸어가려할 때 선생님은 내 이름을 부르셨다.


“세령아, 관심 있는 책을 아직 못 찾았니?”


책의 효과를 종교처럼 단단히 믿는 선생님한테 사실을 말하기가 껄끄러웠다. ‘얼마나 독서를 멀리했으면 책 하나도 선정하지 못하지?’란 생각이 선생님한테 떠오르지 않게 하고 싶었다. 부끄러웠고 또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다.


“네, 아직 못 찾았어요.”


“책이 네가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면 돼. 반드시 심오한 내용일 필요는 없어. 그런데도 책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거니?”


“네.”


선생님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몇 번 끄덕이셨다.


“잡지는 읽어 본 적 있니?”


생뚱맞게 잡지라는 단어가 책을 찾으라고 하신 선생님의 입에서 튀어나와 어색했고 이상했다. 그래서인지 내 대답도 조심스러웠다.


“네, 읽어 본 적은 있어요.”


선생님은 다시 한 번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셨다. 구석에 위치한 커다란 책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시면서 말이다. 열 개 가까이 되는 잡지들이 반듯이 전시되어있었다. 그 열댓 개의 잡지들은 각기 다른 주제였다. 다행히도 우리 학교는 잡지들을 모두 정기구독하고 있어 일정 기간 뒤에는 신선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나도 작년에 가장 친한 친구가 도서부인지라 매일같이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잡지를 가볍게 읽곤 했었다. 그때는 물론 ‘잡지는 책이 아니다’는 별난 전제를 가지고 있었다.


“잡지도 책이야, 세령아. 잡지책이라고도 하잖아?”


“몰랐어요. 작년에 여기를 애용했었어요.”


“그래, 그럼 여기에서라도 읽을 거를 골라볼까?”


애니메이션, 과학, 패션, 영어, 연예인, 청소년 등 잡지책의 종류는 무궁무진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에 굉장한 흥미가 있어 디즈니(Disney) 시나리오 작가를 꿈으로까지 삼은 나로서는 망설임 없이 바로 애니메이션 잡지책을 선택했다. 우리 국어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여기 있는 내용들을 다 내 것으로 만들라고 힘주셨다.


아까 전과는 달리 무거워진 손과 더욱 가벼워진 발로 나는 자리에 앉았다. 시간이 얼마큼 흘러 간지도 모르게 잡지책 속에 풍덩 빠져 읽었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었던 애니메이션에 관한 정보들도 실려 있었고 처음 들어보는 소식들도 잔뜩 기재되어있었다. 풍부한 사진과 그래프 등이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었던 독서에 조미료처럼 감칠맛을 더해준 것 같다. 자칭 디즈니 광팬인지라 디즈니에서 나온 최신 애니메이션 영화라면 영화관에 상영하는 그 따끈할 때를 놓치지 않은 나. 그래서 개봉예정작들도 전부 꼼꼼히 알아두는데 다음 달에 개봉하는 디즈니 영화, <굿 다이노(The Good Dinosaur)>가 있었던 것을 그때 잡지책으로 아슬하게 알게 되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의 나는 잡지를 미용실이나 치과에서 내 차례가 오기를 지루하게 기다릴 때 읽는 뷰티(Beauty)종이로 여겼다. 아무래도 잡지책을 만나는 주(主) 경로가 이렇다보니 단지 흥미용으로 존재하는 건가 싶었다. 주로 본 잡지책들이 이렇다보니 잡지책들은 무릎을 딱 칠 정도의 실용적인 정보들을 학생 독자들에게 전하고자하긴 하는 건가 싶었다. 그러나 나는 어리석었다. 세상에서 가장 바쁘고 힘들다는 대한민국 고등학생 3학년. 과거처럼 심심할 때마다 잡지책을 펼칠 수는 없게 되었다. 대신 한 달에 한 번 싱싱한 소식들로 가득담긴 잡지책들을 맞이하러 도서관으로 한 걸음에 달려간다. 잡지의 정의는 잡스러운 종이인 줄 알았다. 실제로 잡지를 이루는 한자들을 풀어서 설명하면 섞인 기록이다. 그러나 내 사전에서 잡지는 그 이상을 뜻한다. 잡(Job)으로 이끌어주는 종이. 미래에 디즈니의 시나리오 작가가 되었을 때 한 기자가 나에게 꿈을 이룰 수 있었던 결정적인 조건을 물어본다면 나는 이리 당당하게 답하고 싶다.


“정보력. 자신의 꿈에 대한 정보는 필수에요. 내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냐에 따라 꿈의 모든 게 달라질 거예요. 그러니 정보를 얻는 경로를 한정짓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주로 TV나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으실 거 같은데 잡지책도 굉장히 풍부한 정보들을 가지고 있어요. 이건 많이들 몰랐을 거예요. 마치 아직 정복당하지 않은 땅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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