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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전 국민 잡지읽기 수기공모전 - 내 세계, 잡지- 장려상(한국문인협회 회장상)
신유미 기자  |  myb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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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호]
승인 2017.02.05  19: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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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잡지협회는 지난 4월 18일~9월 18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잡지읽기 수기공모전을 개최했다. 잡지를 소재로 한 다양한 주제의 글이 출품되었으며, 일반부 10명, 청소년 11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중 청소년 부문 수상작을 연재한다.

 

- 경남, 중학생 김수빈

 
난 옛날부터 잡지 속에 묻혀 살아왔다. 우리 엄마는 잡지사의 편집장이다. 항상 잡지기사와 사진들이 책상에 가득했고, 어린 시절의 난 자연스레 잡지와 접하며 컸다. 나는 좀 특이했다. 친구들이 만화책이나 인터넷 소설을 읽고 있을 때 난 잡지를 봤다. 잡지의 에디터들의 문체가 좋았다. 짧고 굵고 강렬하게. 여왕의 귀환, 리한나가 돌아왔다, 라든가. 잡지와 더불어 패션과 음악도 좋아했다. 엄마는 패션잡지 편집장이셨다. 본인 또한 패션을 즐겼고, 유행을 따랐다. 일에 치이고 바빴던 엄마지만 엄마는 멋졌다. 한 달의 유행을 쓰고 예고하고 여유로운 스타들의 삶을 쓰면서 정작 자신은 여유롭지 못했지만.


이런 엄마를 둬서일까. 잡지는 나와 애증의 관계였다. 멋진 엄마지만 바쁜 엄마. 좋지만 싫은 잡지. 옛날에는 잡지가 끔찍이도 싫었다. 지금은 정반대지만 어쨌든. 잡지는 엄마의 시간을 뺏었고, 나에게로 와야 할 관심을 뺏었다. 글도 읽지 못하는 내가 그 잡지를 노려보며 엄마의 한 달을 원망했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순간부터 미워하는 놈을 알기 위해 읽었다. 엄마가 매달 매년 바쳐 만든 게 뭔지 궁금했다. 그때부턴 잡지가 좋았다. 잡지는 집과 학교만이 내 세상이었던 시각을 세계로 넓혀주었다. 잡지 속에 세상이 있었고, 유행이 있었다.


난 잡지가 좋다. 연예인들. 스타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몇 만 명인 사람들이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 영상, 그들이 하는 말은 가식적으로 보인다. 카메라 앞에서 얼마나 머리를 굴리며 자신의 이미지를 지켜야 할까. 잡지 속 인터뷰는 조금 다르다. 편한 척 하는 가식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동경하는 사람도 왠지 모르게 같은 사람으로 보인달까나. 글은 말보다 더 솔직하니까. 나는 이런저런 이유로 거의 패션 쪽의 잡지의 매력에 빠졌다.


잡지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과학을 좋아한다면 과학잡지를 보고, 나처럼 패션잡지를 좋아한다면 패션잡지를 보고, 영화를 좋아한다면 영화잡지를 봐라. 입맛에 맞게 종류도 다양하다. 가끔씩 영화가 보고 싶을 때면 영화잡지를 꺼내 요즘 영화는 어떤지 살펴본다. 문화 또한 유행에 영향을 많이 끼치니까. 일하는 엄마 옆에 앉아, 영화잡지를 술술 넘겨보던 참이었다.


“엄마.”


“응, 왜.”


“나도 나중에 잡지 쪽에서 일할래.”


엄마는 모니터에 고정하던 눈을 나한테 돌리셨다.


“너 만만하게 보지 마, 이쪽 일. 잡지 속의 세계를 표현하려면 내 세계를 포기해야 해.”


사뭇 진지한 엄마의 말에 나는 어깨만 으쓱했다.


“하지만 이게 내 적성에 제일 잘 맞는 걸. 어렸을 때부터 난 잡지를 보고 자랐고, 이게 내 유일한 취미이자 특기야. 요즘 유행을 보는 게 재밌어, 나는.”


정말이다. 다들 왜 모를까. 고작해야 미용실에서 펌을 하는 동안 한 두 페이지 슬슬 넘겨보는 게 다겠지. 누군가한테는 꿈일 수도 있다. 멋있는 꿈. 에디터들이 자신의 생활을 적어놓는데, 그게 멋있어 보였다. 엄마는 항상 마지막에 잡지에 글을 쓰는데 한번 읽어본 적이 있었다. 엄마가 아니라, 잡지의 편집장이 쓴 글. 엄마는 이번 잡지를 이런 마음으로 만들었구나. 새삼스레 또 한 번 편집장인 엄마가 멋있었다.


“엄마는 편집장인 엄마일 때가 얼마나 멋있는지 몰라서 그래.”


“매달 다른 기사 싣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매시간 달라지는 유행 쫓아 이리저리 맞춰서 힘들게 내놓으면 어느새 또 한 달 지나간다. 또 이런 한 달을 반복해야 해. 이게 뭐가 좋다고.”


“뭐, 나도 나름대로 잡지 공부를 할 생각은 있다고. 그래도 내 꿈인걸.”


사실 공부 따위 한 적 없다. 머리 아프면 하고 싶지도 않다. 잡지에 대한 분석. 잡지의 절반은 광고다. 절반은 글과 사진. 광고 때문에 쓸데없이 잡지가 무거워지는 것 같다. 나중에 광고는 모조리 없는 잡지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그런 패션잡지를. 이미 있으려나?


“애들은 이 재밌는 걸 왜 안 읽을까.”


“걔들한테는 가벼운 연애소설 따위가 재밌겠지. 너도 좀 평범해져봐.”


“난 잡지가 좋다니까. 가볍다가도 무겁다가도 텅 빈 것처럼 보이면서도 꽉 차 있어. 그런 글들이 있어. 그런 사람들을 담은.”


그래, 난 엄마가 말려도 잡지가 좋다. 어쩌면 나중엔 엄마가 잡지와 애증의 관계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지금까지도 계속 애증의 관계였던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지만, 엄마로서의 일은 포기하게 만든 일. 난 오히려 엄마한테 고맙다. 나 때문에 잡지를 포기하지 않아줘서. 매달의 세상을 담은 난 이게 좋다. 과거를 나눴고, 현재를 같이 하고 있고, 미래도 보여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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