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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원이와 Carol Morgan School을 거닐다 #13다른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 따뜻한 CMS 커뮤니티
Carol Morgan School 12학년 구희원  |  sd5064@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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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승인 2017.05.11  18: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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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밤새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밥매거진에 지원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학교 벤치에 앉아 기자 신청 합격 이메일을 확인하던 순간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벌써 1년이 지났다니……. 시간 참 빠르다는 걸 또 한 번 새삼 느낍니다. 아쉽게도 이번 5월호를 끝으로 1년간의 ‘희원이와 CMS를 거닐다’ 연재를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오늘은 도미니카공화국, 그리고 CMS에서의 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다른 문화를 이해한다는 것

   
▲ (사진_CMS 홈페이지)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하기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은 매우 힘들죠. 3년 전만해도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도미니카공화국이라는 나라에서 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사실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산다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렇게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고 저는 지금 도미니카공화국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Carol Morgan School이라는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도 가끔 ‘풉’하고 웃곤 합니다. 바닥에 털썩 앉아 에세이를 쓰고 있는 친구, 선생님과 밀린 수다로 하루를 시작하는 친구, 벽에 기대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친구, 그 옆에서 헤드폰을 쓰고 아침부터 음악에 심취한 친구, 그리고 이렇게 가지각색인 친구들에 둘러싸여 교실 한가운데 앉아있는 제 모습을 보고 말이죠.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죠?

점심시간이 되면 종종 카페테리아에 스피커와 노래방 기계를 설치하여 학교 전체가 울릴 정도로, 옆에 있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노래를 부르곤 합니다. 선생님들 테이블 바로 앞에서 학생들이 춤추고 노래 부르고 난리도 아니랍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학생회가 진행하는 커뮤니티 미팅(community meeting)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는 선생님들께서도 흥을 주체하지 못하고 학생들과 커플로 춤을 춥니다.

수업시간은 어떠냐고요? 책상에 앉아있는 학생들, 칠판 앞에서 수업하시는 선생님이 다가 아니랍니다.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같이, 혹은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이야기하기도 하고 조용히 공부하고 싶을 때는 혼자 복도, 벤치, 또는 도서관에 가기도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학교에서 이래도 되는 건가? 긴가민가했습니다. 좀 더 솔직해지자면 나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게 될 때도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할로윈 데이에 헐크를 흉내낸다며 옷을 다 벗고 소리 지르며 복도를 걸어 다닌다거나 교복 위에 비키니를 입고 다닐 때 말이죠.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넘칠 듯한 자유로움이 좋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어색했고 나는 이러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나와는 다르니까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는 사이 깊게 자리 잡고 있었던 거죠.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다보니 문화의 차이, 소위 말하는 컬쳐 쇼크를 인정하고 개인의 성향을 존중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친구들이 너도 이제 점점 도미니칸(Dominican)이 돼가는 거 아니야?라며 웃더라고요. 낯설고 신기했습니다. 나와는 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인정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이런 것 아닐까요?


 

따뜻한 CMS 커뮤니티

   
▲ 졸업앨범에 들어갈 12학년 단체사진(사진_Mariella 학생)

돌이켜보니 지금까지 CMS를 다니면서 ‘커뮤니티(Community)’라는 단어를 정말 자주 들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선생님, 그리고 스태프 분들까지 함께라는 생각이 들게 해줘 외롭지 않고 따뜻합니다. 사실 CMS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있어 대부분의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생활해 온,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는 커뮤니티입니다. 그렇다보니 서로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끈끈한 무언가가 있어요.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그런 친구들 사이에 있는 것이 뻘쭘하고 어색해 말 한마디 건네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당연히 부럽기도 했죠. 하지만 같이 지내는 시간이 점점 쌓여가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다 보니 저도 조금이나마 가족 같은 CMS라는 커뮤니티에 속해 있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마치 정 넘치는 한국인들처럼 언제나 친근하고 살가운 도미니카공화국 사람들 덕분이죠.

이곳에서 지내면 지낼수록 많은 것을 배웁니다. 3년 전만해도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건네 오면 왜 나한테 말을 걸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면,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이어가곤 합니다. 제가 먼저 스스럼없이 말을 건네기도 하고요. 이렇게 저와 친구들은 조금씩 조금씩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마지막 기사를 쓰며
사실 처음에는 CMS에 대해 우리학교만세 코너에서 한 번만 다루고자 했었습니다. 하지만 밥매거진에서 도미니카공화국, 그리고 CMS에 대한 코너를 진행하여 글을 꾸준히 써가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지난 5월호를 시작으로 연재를 해나가게 되었습니다. 내가 쓴 글이 실린 잡지가 매달 발행된다는 생각에 설렜던 것도 잠시 이내 걱정이 앞섰습니다. 생소한 나라인 도미니카공화국에 대해 관심을 가질 친구들이 있을까? 어떻게 해야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어요. 글 솜씨도 없고 제대로 기사를 써본 적도 없어 자신도 없었어요. 하지만 언제 또 올 수 있을지 모르는 이곳에서 보고 느꼈던 것을 기록하고, 또 많은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에 용기 내어 매달 컴퓨터 앞에 앉아 원고를 쓸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사를 포함해 제가 쓴 총 13개의 기사들을 다시 한 번 읽어보니 참 뿌듯합니다. 마치 일기같이, 앨범같이 저와 친구들의 추억이 담겨있어 애틋하기도 해요. 마지막이라서 그런가 봐요. 정들었던 CMS 졸업이 코앞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전혀 아쉬움도 후회도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아주 조금만 더 열심히 공들여서 쓸 걸……. 여기 저기 어색한 부분도 보여 부끄럽네요. 매달 컴퓨터 앞에 앉아 이번에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생활을 하다가도 흥미로운 일이 생기면 다음 기사에 써야겠다며 기록도 하곤 했었습니다. 가끔 내가 경험하고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을 글로 옮긴다는 게 내 마음 같지 않아 힘도 들었지만 나중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의미 있는 경험을 한 것 같아 또 한 번 뿌듯합니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바빠지다 보니 무심코 지나칠 뻔했던 익숙한 학교생활의 특별함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정말 마지막입니다. 비록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는 없었지만 매달 밥매거진을 통해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소중한 1년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떠셨는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1년간 저와 함께 매달 도미니카공화국, 그리고 CMS를 거닐어주신 모든 독자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그럼 모두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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