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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o Life] ‘혼자’라는, 가장 강력할지 모르는 말
전북 지평선고등학교 2학년 이일주 기자  |  momy15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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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호]
승인 2017.05.11  19: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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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의 증가로 ‘혼’과 결합된 단어들이 양산 됨에 따라 차츰 많은 사람들이 ‘혼자’에 익숙해져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혼자가 곧 ‘적적함’과 ‘외로움’이라는 단어와 연결되어 종종 부정적인 의미로 간주되곤 한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alone’이‘lonely’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도, ‘외로움’이 홀로를 뜻하는 ‘외’와 그러하다는 의미의 ‘~로움’이 결합되어 그저 ‘홀로 있음’을 뜻하지만 쓸쓸함의 다른 말이 된 것에서도, 혼자 지내는 시간은 말 그대로 ‘고독의 시간’,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의시간임을 알 수 있다.

 

개학식이었다. 어떤 방학을 보냈는지 모두가 한 명씩 앞에 나와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영화관도, 전시회도 다니면서 살뜰히 지냈다고 했다. 누군가는 무료하게만 보냈을 날들을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워 넣었던 것이지만 친구의 마지막 말은 이랬다.

“그런데 아무래도 외롭더라고요.”

그때의 나는 분명 갸우뚱해 했다. 혼자 지내는 것이 내게는 익숙한 일이다.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불특정한 군중 속에서 누구보다 혼자가 편하고, 혼자인 채로 잘 지낼 수 있다고 믿었다. 이기적이어서 그런 것 같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철저히 내가 원하는 바에 초점을 맞춘 채 움직이면 되니까, 독자적인 상태가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길에 더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러나 요즘 혼자 시내에 나가 이리저리 방황하면, 예상치 못한 감정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아직 외로움이라는 단어로 명명하지는 않았지만 빈 공간, 비어있는 주변을 서서히 의식해 가고 있는 것이 아무래도 낯설다.

낯선 감정을 부인하지 않더라도, 그럼에도 여전히 혼자는 아무래도 편하고, 가장 익숙한 무엇이다. 혼자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억에 도달하려면 5년을 거슬러 가야한다. 초등학생으로서의 마지막 해에, 또래 중 누구보다도 성숙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던 내가 있었다. 지금과 다름없이 우울했고, 진정한 친구에 대한 갈망을 안고 서글퍼했다. 외톨이라는 생각에 힘들어 했었는데도 그날에는 혼자 영화관을 찾았다. 체험학습을 빠지고 합법적인 일탈을 감행한 날이었다. 모두가 63빌딩에 신기해하고 있을 때 즈음 나만 건축학개론 속 수지와 이제훈의 사랑 이야기에 온통 정신이 팔려있었다. 홈플러스에서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을 사먹고는 마음이 쉽게 푼푼해졌다. 처음으로, 남들의 존재가 한꺼풀 벗겨진 완전한 혼자의 공간에서 어떤 편안함을 느끼게 됐다.

그 이후로 혼자 이곳저곳을 다니며 여행가는 게 낙이었다. 가뜩이나 별로 오지 않는 연락에 답하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고립시킨 채 살지만, 나 자신을 동행자로 끌고 다니는 여행은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창 좋아하던 일본 배우를 보러간 부산에서 모래사장 위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평화롭게 지켜보고, 명성이 자자한 한옥을 구경하러 전주에 갔다가 관광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실망하고, 소극장 연극을 보며 배우들이 진정 관객과 호흡하고 있는 장르라는 생각에 전율했던 수많은 기억 속에 언제나 나는 혼자였다. 누군가와 함께한 기억이 아니라서, 마주했던 풍경이나 둘러싸던 공간보다도 누군가를 먼저 생각나게 하는 기억이 아니라서, 온전히 나를 감싸고 있던 외부의 것들을 더 많이 느끼고 기억하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귀중하다는 걸 갈수록 절절히 느낀다. 기숙사 학교에선 어디를 가든 나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비춰진다. 사라지고 싶다는,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해질 때가 있다. 자아가 희미해지는 걸 느끼며 혼란스러울 때 오히려 투명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일은 어쩌면 모순적이다. 그러나 잠시 사라진 채로 낯선 곳에서 방랑한다면 조금 더 선명해진 자아의 윤곽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나’ 안에는 끊임없이 끓어오르는 목소리가 있고 그걸 들어줄 누군가도 결국 내 안에 존재한다. ‘나’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모두가 아무것도 정한 바 없이 떠났으면 좋겠다. 혼자서 많은 이야기를 내뱉고 그 이야기를 모두 듣고 오는 소중한 시간이 겹겹이 쌓였으면 한다.

 

...‘혼자’에 서려있는 쓸쓸함의 이미지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혼자’에 어떤 단어가 따라 오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이 부여되는 여지 또한 있다. ‘홀로 독(獨)’은 ‘설 립(立)’과 연결되어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의 주체적인 행동이 된다. 혼자, 자신의 힘으로, 스스로 해내었다는 건 또 어떤가? 어쩌면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행동한다는 것은 가장 강력한 몸짓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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