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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환이가 들려주는 베트남 #3라이따이한을 아십니까?
김기환 기자  |  kwkim04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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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호]
승인 2017.08.03  16: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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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과거 일제에 의해 정치적 억압을 받고 경제적 수탈을 당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난을 겪었습니다. 남성들은 강제노역, 징병으로 끌려갔고 여성들 역시 노동력을 착취당하거나 일본군에게 성적인 피해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로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안겨준 불행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베트남전쟁에 참여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베트남 여성들과 동거한 후 남기고 간 자녀들입니다.

 

베트남에 남겨진 부인과 자녀들
‘라이따이한(Lai Daihan)’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인과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이르는 말입니다. 라이(Lai)는 한자 ‘올 래(來)’의 베트남어로 경멸조로 혼혈을 부를 때 사용하며, ‘따이한(Daihan)’은 ‘대한(大韓)’을 표기한 것으로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과 한국인을 의미합니다.

70년대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함에 따라 한국인 노무자와 군인들은 한국으로 돌아가 버렸고, 남겨진 자녀와 부인은 적성국의 자식이라는, 그리고 적성국의 자식을 가졌다는 이유로 이웃의 냉대와 멸시를 받아왔습니다.

철수 뒤 베트남 민족해방전선(베트콩, 베트남의 공산주의 군사조직)이 사이공을 함락하여 베트남에 갈 수 없었다 하더라도, 1989년 베트남이 한국인들에게 비자를 내어준 후 베트남에 두고 간 자녀를 찾으려고 한 사람은 극소수뿐이었다고 합니다. 전쟁이 끝난 뒤 2세들을 빠짐없이 본국으로 데리고 간 미국과 대조됩니다.

 

*베트남전쟁

1960~1975년 베트남의 통일 과정에서 ‘남베트남 민족해방전선과 북베트남’ 그리고 ‘남베트남 정부군과 미국’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다. 1883년부터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베트남은 제2차 세계 대전 중 일본의 지배를 받는다. 일본이 패배한 뒤 프랑스가 다시 베트남을 식민지로 삼으려고 하자 베트남은 독립을 위해 프랑스와 전쟁을 벌인다.

사회주의자 호치민이 이끄는 베트남군은 1954년 프랑스를 몰아냈지만,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가 되는 것을 원치 않은 서양의 강대국들은 베트남을 남과 북으로 갈라놓는다. 이에 따라 베트남의 북쪽에는 호치민이 이끄는 독립 국가가 들어섰고 남쪽에는 미국이 지원하는 정권이 세워진다.

치열한 전투 끝에 1975년 남베트남이 항복하면서 전쟁은 마무리 된다. 한국은 베트남 전쟁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한 국가이다.


 

일본의 사과, 우리나라는?
올 3월에 일본의 왕이 베트남을 방문하였습니다. 일왕은 베트남 시민과 언론을 향하여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인 남성들과 살던 베트남 여성들과 그 자녀들에게 사과를 하였습니다. 패전으로 어쩔 수 없이 떠났다며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용서를 빈다 하였습니다.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태도가 아니라 일왕의 개인적인 의견이었지만, 많은 베트남 시민이 긍정적으로 해석하였고 일부 베트남 언론들은 사죄의 표현이라며 반가워하였습니다. 비록 독일만큼 철저하지는 않지만 한 번이라도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양새를 보여 줌으로써 일본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덜었고 이로인해 일본의 국격도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한국정부는 아직 베트남전쟁에서 희생된 베트남 사람들 및 라이따이한에 대한 공식적인 대책이 없습니다. 베트남에 살면서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가?’라며 라이따이한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한국인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하였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 정부는 라이따이한의 실체조차도 파악하지 않은 채 40년 이상을 내버려 두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올바른 사과와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베트남에서는 일본보다 못한 나라로 인식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과거 일본의 침략 전쟁과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을 비판하고 적절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경제성장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10여 년 내에 과거사에 대한 진실규명, 베트남인들의 민족의식 부활 등으로 한국에 대한 도의적, 법적 책임을 요구할 것입니다. 모른 척하고 회피할수록 나중에 우리 후손들이 져야 할 역사적 책임은 커질 것입니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힘들게 살아온 라이따이한들에게 올바른 조치를 취하여야 합니다.

혹자는 한국이 아직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매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베트남을 관광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다고요? 최근 한국사회에서 불법 자금, 세금 낭비 등의 뉴스를 지켜보면 그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일본과 미국 등 강대국에 요구하는 것만큼이라도 우리가 폐를 끼친 것에 진정한 사과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글로벌 시대에 기업은 좋은 상품을 만든다고 수출에 성공하지는 않습니다. 해당 국가에 대한 국민감정과 기업의 사회적 기여가 무역액을 결정하고 있는 현재입니다. 베트남에 있으면서 ‘일본 기업은 베트남 사회 발전에 투자하지만, 한국 기업은 돈만 많이 벌어간다’는 비난에 편치 않았습니다. 저만 그러할까요?

 

이 글을 통해 라이따이한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로벌시대, 그리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큰 베트남과의 교류에서 이러한 역사적 문제로 말목이 잡혀서는 안 됩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베트남전 당시 우리의 부끄러운 잘못을 회피하지 말고 직시해야 합니다. 진심 어린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할 것입니다.


 

더 살펴보기: 베트남전과 관련된 또 하나의 흔적
베트남 전 당시 한국군 주둔 지역에서는 민간인 학살도 일어났습니다. 한국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다낭과 멀지 않은 곳에서 흔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 퐁니마을 위령비(사진_한베평화재단 홈페이지)

- 퐁니마을
퐁니마을은 다낭에서 남쪽으로 약 25㎞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다낭에 간다면 이곳을 다녀오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베트남전 당시 1번 국도 근처에 우리나라 청룡부대가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의문의 폭탄이 터졌고, 이는 미군부대와 자매결연을 맺어 안전마을이었던 퐁니마을에 불똥이 튀게 되었습니다. 폭발로 한국군이 인명피해를 입자 청룡부대는 마을에 ‘베트콩’이 있을 거라 의심하고 퐁니마을에 살고 있는 마을주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하였습니다. 이는 이후 마을을 찾아온 미군 병사에 의해 사진으로 담겼고, 30년 뒤 한국 기자를 통해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현재 퐁니마을에는 위령비가 세워져있습니다. 위령비 옆에는 커다란 당산나무가 자리 잡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에서 학살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퐁니마을 위령비는 한국과 베트남 청년들이 함께 세운 것입니다. 이처럼 한국과 베트남 양국 간의 화합이 모든 역사 문제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 사죄와 반성을 담아
지난 4월 제주도 강정마을에는 조각상 하나가 설치되었습니다. ‘베트남 피에타’라는 조각상입니다. 어머니가 아이를 품고 있는 모습인데요. 베트남 민간인 학살 당시에는 이름도 갖지 못한 아기들도 많이 죽었다고 합니다.

이 조각상은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 김운성 부부 작가의 작품입니다. 한국군에 희생된 민간인 여성과 아기들의 넋을 위로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반성의 의미를 담은 것입니다.
한베평화재단의 모금활동을 통해 세워진 이 동상은 원래 우리나라와 베트남에 하나씩 놓으려고 했으나, 베트남 현지에서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설치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동상 하나로 모든 것이 용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나마 피해자들에게 위안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또, 한국 정부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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