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세계서양미술 산책
미래주의 & 자코모 발라
글_김찬호 교수  |  digitalfe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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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호]
승인 2017.10.11  17: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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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웠지만 그림 앞에 서면 여전히 낯선 서양미술. 김찬호 교수님의 화가 별, 사조 별 서양미술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어지럽게 섞여 헷갈렸던 미술 사조와 화가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엮이며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글_김찬호 교수(경희대교육대학원 교육자과정 주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동양미학전공))


 
미래주의(Futurism), 속도의 아름다움
1900년에 열린 파리국제박람회를 시작으로 근대 과학문명 시대가 열렸다. 수많은 기계와 발명품, 디젤엔진 등 다양한 발명품이 전시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문학과 미술에 접목시킨 것이 이탈리아 미래주의이다. 미래주의 미술가들은 국제 박람회에 등장한 기술문명을 예찬하고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
 

   
▲ 미래주의 특징

1909년 이탈리아 시인 마리네티가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Le Figaro)》에 「미래주의선언문(Manifeste de Futurisme)」을 발표한 것이 미래주의의 출발이다. 마리네티는 미래주의선언에서 ‘우리는 새로운 형태의 미(美)로 속도의 아름다움에 의해 세계가 빛나게 된 것을 선언한다. 멋진 경주용 자동차는 승리의 여신보다 아름답다’고 했다. 당시 과학기술의 첨단인 자동차의 속도감을 예찬하고 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역동성을 강조한 미래주의는 1918년까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지속된다.
 

마리네티의 미래주의 선언의 영향으로 자코모 발라(Giacomo Balla, 1871-1958), 카를로 카라(Carlo Carra, 1881-1966), 보치오니(Umberto Boccioni, 1882-1916), 지노 세베리니(Gino Severini, 1883-1966)는 1910년 2월11일 밀라노에서 ‘미래주의화가선언(Manifesto dei pittori futuristi)’을 한다. 미래주의 전시는 1911년 4월30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처음 열렸고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에서 개최되면서 점차 확산되었다.
 

자동차의 움직임이나 인체의 연속된 동작, 삶의 공간을 역동적으로 표현하여 속도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미래주의 미술이다. 미래주의 화가들은 증기기관차나 자동차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그들은 야수주의의 강렬한 색채와 입체주의에서 보여주는 분할법을 이용하여 동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속도를 화면에 담아내기 위한 반복성은 추상미술의 출발점이 되고 키네틱 아트(Kinetic Art)와 옵아트(Op Art)의 선구적 역할을 하게 된다.
 

 

자코모 발라, 속도를 그리다

   
▲ 자코모 발라, 가로등, 1909

자코모 발라는 1871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과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1895년 로마로 이주하여 사회주의 운동에 뛰어 들었고 1900년 초 파리로 이주하여 미래주의 운동에 참여하기 전까지 신인상주의 조르주 쇠라(Georges Seurat, 1859-1891)의 점묘법(Pointilism)의 영향을 받았다. 마르네티의 영향을 받아 미래주의 양식을 채택하고 빛, 운동성, 속도의 미를 추구하였다. 1909년 처음으로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출품했고 불빛의 흩어지는 파장을 그린 <가로등>(1909)을 발표하였고, 1910년 동료화가들과 미래주의화가선언을 한다.
 

자코모 발라는 동물과 사람의 연속된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아낸 사진작가 에드워드 머이브리지의 작품에 영향을 받았다. 머이브리지는 일정한 시간 동안 다중 노출하는 사진기법을 통해 움직임을 재현하려 하였다. 움직이는 사람이나 동물은 여러 차례, 혹은 일정한 시간 동안 사진이 찍히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이미지는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마치 움직이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자코모 발라는 20세기 과학의 발달로 향상 된 사진기술의 연속촬영기법의 효과를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자코모 발라는 두 딸의 이름을 추진기(Propellar), 빛(Light)이라고 지었을 정도로 미래주의는 그의 삶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가로등>(1909), <달리는 개의 역동성>(1912), <바이올리니스트의 리듬>(1912), <발코니에서 뛰고 있는 소녀>(1912) 등이 있다.


 

역동성, 달리는 개

   
▲ 자코모 발라, 달리는 개의 역동성, 1912

자코모 발라의 작품 <달리는 개의 역동성>은 빛과 색채를 역동적으로 표현한 미래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몸통과 귀가 길고 다리가 짧은 오소리 사냥개인 닥스 훈트(Dachshund)의 다리와 꼬리의 수를 늘려 개가 빠르게 움직이는 지속성과 동시성을 효과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개의 다리, 여인의 발과 줄은 운동에 의해 점들이 겹쳐 보인다. 사물의 원래의 고유한 형태는 사라지고 속도감을 통해 추상적 이미지가 드러난다. 자코모 발라는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점, 선, 면 등의 조형요소들을 겹치고 있으며 강아지의 다리와 사람의 다리가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을 여러 컷의 연속동작으로 포착하여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점묘법은 형태를 점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선과 색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흔들거리는 물체를 표현하기에 적합하다. <달리는 개의 역동성>은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차를 점묘법으로 그려 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동시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미래주의의 특징인 역동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현대미술의 특징은 눈에 보이는 현상을 화면에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可視)화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화가가 사진에 영향을 주었지만 현대에는 사진이 화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그 시작이 미래주의다. 우리는 현실에서 끊임없이 신화를 만들어 내고 미래를 꿈꾼다. 그런 상상력과 신화적 요소들이 미래의 현실이 된다. 급격한 문명의 발달은 미래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모든 영역에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의식의 변화가 혁신적인 전위운동(avant-garde)을 낳고 있다.

 

<참고하면 좋을 자료>
리처드 험프리스, 하계훈 역, 『미래주의』, 열화당, 2003
사이토 다카시, 홍성민 역, 『명화를 결정짓는 다섯 가지 힘』, 뜨인돌, 2010
윌리엄 본 총편집, 신성림 역, 『화가로 보는 서양미술사』, 북로드,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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