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세계서양미술 산책
미니멀리즘, 칼 안드레
글_김찬호 교수  |  digitalfe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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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호]
승인 2017.11.08  16: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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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웠지만 그림 앞에 서면 여전히 낯선 서양미술. 김찬호 교수님의 화가 별, 사조 별 서양미술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어지럽게 섞여 헷갈렸던 미술 사조와 화가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엮이며 깊이 있는 감상이 가능해질 것이다.
 

글_김찬호 교수(경희대교육대학원 교육자과정 주임교수, 성균관대학교 철학박사(동양미학전공))
 

미니멀리즘(Minimalism), 매체의 최소화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에 등장한 미니멀리즘은 추상표현주의가 지배적이던 미술계에 혁신을 가져왔다. 작가 내적 세계의 표출에 역점을 두었던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출발한 미니멀리즘은 내용적으로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서 형식적으로는 색, 형태, 구성 등을 감축하는 경향을 추구했다.
 

미니멀리즘이란 용어는 1937년 미국의 존 그레햄이 『미술의 체계와 변증법』에서 ‘사용매체의 최소화’라는 의미로 처음 주장하였다. 그리고 1965년 리차드 월하임이 『ART』지에 형식과 내용의 최소화를 의미하는 ‘미니멀 아트(Minimal Art)’를 발표하면서 대중적으로 사용되었다. 평론가 바바라 로즈는 미니멀 작품들이 “기계적인 획일화로 인해 추상표현주의 양식과 격렬하게 대립되는 양식”이라고 말하면서 ‘ABC아트’라 하였다. 이외 미니멀리즘은 ‘차가운 미술(Cool Art)’, ‘오브제 아트(Object art)’라 불리기도 한다.

   
▲ 미니멀아트의 특징

미니멀리즘은 첫째, 형태의 단순성, 둘째, 대상의 명료성, 셋째, 기하학적 형태의 반복성, 넷째, 재료의 고유성을 담아내는 사물성을 갖고 있다. 이렇듯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의 표현을 통해 작가의 개입을 절제하는 예술 양식을 말한다.
 

도널드 저드는 미니멀리즘에 대해 “사람들이 미술에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흔히 생각하는 요소들을 제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서술적 요소를 배제하고 사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1960년대 미니멀리즘 작품들은 지루하고 단조롭고 기계적이고 차갑다는 이미지로 인해 외면을 당했지만 1980년대 이후 현대미술에서 미니멀리즘의 영향은 매우 크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도널드 저드(Donald Judd, 1928-1994),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1931-), 칼 안드레(Carl Andre, 1935-), 프랑크 스텔라((Frank Stlla, 1936-), 리처드 세라(R. serra, 1939-) 등이 있다.


 

칼 안드레, 사물의 물성에 충실하다
칼 안드레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1951년에서 1953년까지 앤도버의 필립스 아카데미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1958년 프랑크 스텔라와의 교류, 콘스탄틴 브랑쿠시(Constantin Brancusi, 1876-1957)의 조각과 영국 거석유적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1960년대 초 펜실베니아주의 철도원으로 일하면서 본 침목에서의 영감 등이 미니멀리즘 작품을 제작하는 기반이 되었다.
 

칼 안드레는 1959년 <16인의 미국인들>전에 출품한 프랭크 스텔라의 작품 ‘줄무늬 회화에 대한 서문’에서 “예술은 불필요한 것을 제거한다. 스텔라는 표현이나 감성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이 말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그 자체의 고유성을 말한 것으로 그는 스텔라의 작품을 미니멀리즘의 특징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 브랑쿠시, 무한주, 1937

콘스탄틴 브랑쿠시의 대표작 <무한주無限柱, Endless Column>(1937)는 동일한 형태가 반복된 작품으로 단순한 형태, 받침대 없이 놓인 특성 때문에 미니멀리즘 조각의 선구자로 불리고 있다. 칼 안드레는 “나에게 브랑쿠시는 대지 속으로의 연결이고 <무한주>는 그러한 경험의 절대적 정점이다. 그들은 끝나지 않는 수직성으로 올라가고 또 대지 속으로 내려간다.”고 말하면서 “내가 한 모든 것은 브랑쿠시의 <무한주>를 땅으로 내려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각은 반드시 수직성을 가져야 한다는 관념을 깨고 바닥조각(floor-piece)이라는 수평조각의 개념을 도입하여 조각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칼 안드레는 1965년 첫 번째 뉴욕 티보 드 나지 갤러리(Tibor de Nagy Gallery)의 전시에서 바닥에 수평으로 똑같은 정방형 크기의 철판을 깔아놓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리고 1966년 <등가(Equivalent) VIII>가 제작되는데 120개의 벽돌을 직사각형의 바닥에 설치한 것으로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칼 안드레는 1960년대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벽돌이나 구리, 알루미늄과 같은 산업 재료를 이용하여 바닥에 밀착시켜 배열하는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벽돌, 보이는 것 자체가 전부다
프랭크 스텔라는 “당신이 보는 것이 바로 당신이 보는 것(what you see is what you see)이다.”고 말했다. 이는 미니멀리즘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칼 안드레의 <등가 VIII>는 보이는 것 자체가 전부인 미니멀리즘의 특성을 잘 드러낸다.
 

   
▲ 칼 안드레, 등가 VIII, 벽돌, 1966

건축자재 벽돌을 바닥에 깔아 놓은 이 작품은 전시가 끝나면 트럭으로 운반한 다음 다른 전시장에 진열한다. 영국 테이트 갤러리는 이 작품을 미니멀리즘의 선구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여 1972년 작품을 구입했는데, 구입할 값어치가 있는가, 왜 흔한 벽돌을 사는 것인가라는 논쟁이 제기되었다.
 

칼 안드레는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바닥조각을 선보인 전시들이 잇달아 성공하면서 벽돌뿐만 아니라 강철이나 구리, 마그네슘, 알루미늄과 같은 재료들을 평평한 바닥에 배열한 작품을 진행하고 있다.
 

미니멀리즘은 작가의 개성과 의도를 최소화한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보다, 관람객이 작품을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로 회귀해 작품의 결과를 완성해 낸다. 보이는 것 자체가 전부다. 현대 사람들은 이런 미니멀리즘의 명료성과 단순함에 대해 미적 매력을 느끼고 있다. 현재 미니멀리즘은 현대 디자인과 인테리어, 복식, 건축에서의 조형원리 등에 영향을 주고 있다.

 

<참고하면 좋을 자료>
데이비드 베첼러, 정무정 역,『미니멀리즘』, 열화당, 2003
사이토 다카시, 홍성민 역, 『명화를 결정짓는 다섯가지 힘』, 뜨인돌, 2010
윌리엄 본 총편집, 신성림 역, 『화가로 보는 서양미술사』, 북로드, 2011
진중권, 『서양미술사』, 휴머니스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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