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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내 마음의 힐링, 영화 <안경>
제주중앙고등학교 1학년 부승재 수습기자  |  ssopp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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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호]
승인 2017.12.04  15: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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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에 당신이 살고 있습니까, 물건이 살고 있습니까?
저장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심하게는 ‘쓰레기집’이라는 불리는, 짐이 산더미인 집에서 자신의 자리를 물건한테 내어 준 사람들. 집에 사람이 아닌 물건이 사는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이에 반한 삶이다. 비우는 삶인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는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트렌드로, 2010년 미국의 웹사이트 ‘더 미니멀리스트(www.theminimalists.com)’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20대 청년 두 명이 웹사이트를 만들고 이곳에 불필요한, 버릴 물건들의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한 뒤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일본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일었는데 계기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다. 자신들이 가진 물건들이 순식간에 바닷물에 다 쓸려가는 걸 보면서 많은 물건을 소유한다는 게 부질없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일본에서는 ‘단사리’라는 이름으로 유행 중이다.
 

斷 끊다
捨 버리다
離 이별하다

단사리란 필요 없는 것을 끊고, 버리며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떠난다는 뜻으로 소유와 소비에서 벗어나 쾌적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식이다.


 

비움
영화 <안경>은 어떻게 보면 재미없는 영화다. 별 다른 이야기도, 여느 영화처럼 액션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는 현대 사회에 지친 주인공 ‘타에코’가 조용한 해변마을의 민박집을 찾으면서 시작한다. 크지 않은 트렁크 하나를 들고 민박집 ‘하마다’에 간 타에코는 하마다의 주인 ‘유지’가 어떻게 찾아왔는지 하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곳에서 쉬고 싶었다.”
 

영화는 물리적인 물건을 비우는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 우리 마음의 비움을 나타내는 영화다. 영화에서 봄마다 하마다를 찾는 ‘사쿠라’는 민박집 근처 바닷가 조그만 원두막에서 팥빙수를 판다. 민박집을 찾은 사람이나 동네 사람들이 맛있는 팥빙수를 먹고 사쿠라에게 내미는 건 돈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집에서 키운 채소들을 가져오기도 하고, 얼음집 사장은 얼음을 내놓기도 하고, 어린 꼬마는 조그만 카드에 손글씨로 편지를 써서 사쿠라에게 건넨다. 사쿠라는 자신의 삶의 기준을 돈에 두지 않았기에 사람들이 돈 대신 지불하는 것들로도 충분히 행복해 한다.

영화의 절정은 절제된 음식을 먹고 최소한의 꼭 필요한 것들로만 꾸며진 민박집 하마다에서 지내던 주인공 타에코가 무료함을 느껴 하마다를 떠나 인근 다른 민박집으로 옮기면서다. 타에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무료함이 정작은 자신의 마음에 힐링이었다는 것을 느낀다. 하마다로 되돌아오기 위해 걸어오다 짐 칸이 달린 자전거를 타고 지나는 사쿠라의 자전거를 만나게 되고 그 다음 화면에 잡히는 장면은 사쿠라의 자전거 짐칸에 앉아 있는 타에코다. 그리고 버려진 캐리어.

   
▲ 주인공 타에코가 사쿠라의 자전거 짐 칸에 타고 가는 모습

이렇게 상징적으로 영화는 우리의 삶의 비움을 나타낸다. ‘관람’이 아닌 ‘사색’이라는 게 영화 <안경>이 재미없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재미없음이 힐링이라는 걸 느끼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심심하고 지루하고 밋밋한 영화의 전개가 물욕에 허덕이고 마음의 비움을 하지 못하는 우리에게 물음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내 방에도 많은 물건들이 있다. 나 역시도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쉽게 버리지 않는 탓에 그 물건들에는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사고 싶은 물건이 많아서,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그렇게 해서 갖게 된 물건들의 자리가 필요해서 더 큰 집이 필요하다. 그렇게 살게 된 집에는 물건들이 주인이다. 과연 우리는 행복한 걸까?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정작 몇 가지가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보다 남에게 보이는 데 필요한 물건을 소유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내 집의 주인도 내가 되어야 할 것이고, 내 삶의 주인도 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마음의 비움, 미니멀 라이프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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