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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전 국민 잡지읽기 공모전 수상작 -우수상
신유미 기자  |  mybop@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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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호]
승인 2018.01.04  16: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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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잡지협회는 잡지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내고 전 국민의 독서생활화 및 잡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매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잡지읽기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5월 8일부터 9월 18일까지 접수를 받았으며, 일반부 부문에서 15명, 청소년 부문에서 16명이 수상했다. 이 중 청소년 부문 수상작을 연재한다.

 

- 전남 목포애향중학교 2학년 강지운
 

싸사삭~!
양손을 번갈아 움직였더니 막대기가 갑자기 장미 꽃다발로 바뀌었다. 빨간색, 노란색, 흰색의 장미 꽃다발을 들고 마술사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한 손을 펴고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자 관객들은 공연장이 떠나갈 듯 박수를 쳤다. 조명을 받으며 의기양양하게 퇴장하는 마술사가 멋있었다. 그래 저거다! 그날부터 나는 마술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슈퍼맨, 배트맨, 어벤저스처럼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으니 마술사라도 되어 세상을 멋지게 만들고 싶었다. 돈 없는 사람에게는 짠! 하고 돈을 만들어주고, 억울하게 갇힌 사람은 짠! 하고 밧줄을 풀게 해주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내 수학시험지도 50점에서 100점으로 짠!

 

엄마는 내 결심에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어차피 공부로 성공할 머리는 아닌데 차라리 마술사라는 목표라도 가지고 있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신 듯 했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오래가나 보자’하는 듯 팔짱을 끼고 곁눈질로 나를 지켜보았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지리산에 가서 도사를 만날 수도 없고, 학원에 다니자니 비용이 너무 엄청났다. 현대판 지리산 도사인 인터넷을 만나는 것이 가장 좋을 듯 했다. 며칠 동안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기도록 유튜브를 찾아봤다. 현란한 프로 마술사들의 멋진 공연은 나의 아래턱을 저절로 벌어지게 만들었다. 한참동안 침을 흘리면서 시청하고 나서 나는 마술사의 모습을 흉내 내겠다고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결과는 ‘짠!’이 아니라 ‘꽝!’이었다. 카드 마술한다고 하다가 공부는 않고 도박만 배운다고 할아버지한테 지팡이로 맞았던 것은 사소한 일이었다. 마술도구를 만들다가 가죽이 필요해 아빠가 신지 않은 구두를 잘랐는데 알고 보니 가장 아끼는 구두였다. 아까워서 신지 않고 보관한 것이었다. 아빠한테 구두로 등짝을 맞고 나서 나는 처음으로 집을 나가야 하나 생각했다. 마술사가 되는 길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여태까지 보아온 만화책에 도 마찬가지였다. 무공이 뛰어난 무림고수들은 모진 어려움을 이겨내고 악당을 물리쳤다. 마술사가 되어 지구를 구하려면 이 정도 고난은 모기에게 한 번 물린 정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몇 주가 지나자 정보가 조금씩 쌓이고 몇 가지 마술을 익혔다. 학교에서도 내가 중심이 되어 친한 친구들 몇 명과 마술동아리를 만들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배워 익힌 카드마술을 친구들에게 전수해주었다. 처음에는 친구들도 눈이 동그래지며 감탄했지만, 친구들도 곧 인터넷에서 기술을 찾아 익히고 자랑했다. 점점 친구들과의 실력 차이가 줄어들자 나는 초조했다. 그래도 내가 동아리 리더인데 자칫하면 동아리 부원들보다 실력이 떨어지게 생겼다는 걱정이 들었다. 회사를 차린 사장이 신입 사원들에게 쫓겨나게 생겼다. 더욱이 내 생일에 친구들에게 멋진 마술 공연을 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친구들이 하찮다고 비웃을까봐 걱정되었다. 해결사는 아빠였다. 퇴근하신 아빠가 내 방문을 슬며시 열더니 책을 한 권 주고 나가셨다. ‘설마 문제집은 아니겠지?’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조심스럽게 포장지를 풀자 내가 좋아하는 마술사의 사진이 실린 월간지가 나타났다. ‘그래! 잡지가 있었지!’ 나는 그때까지 마술잡지가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과학, 수학, 독서 등 공부에 대한 잡지나 사진, 낚시, 등산 등 운동에 대한 잡지만 봤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의 책과 인터넷만 찾았을 뿐 서점의 잡지 코너는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 아빠는 자기가 좋아하는 낚시잡지를 사러 서점에 들렀다가 마술잡지를 발견하고 아들 생각에 챙겨온 것이다. 어쨌든 내 뇌에는 행복 호르몬이 분출되기 시작했다.

 

잡지는 정말 별천지였다. 마술사들과의 인터뷰에서는 마술사가 된 동기, 실패했던 이야기, 앞으로의 계획을 살펴볼 수 있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다양한 마술 기법뿐만 아니라 최근의 세계 마술 흐름도 소개해 주고 있었다. 나는 특집기사인 멘탈 마술 소개 기사를 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내일 학교에 가서 알려주면 나를 존경의 눈빛으로 쳐다볼 동아리 친구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동네 축구만 구경하던 녀석들이 메시나 호날두의 드리블을 보았을 때의 표정일 것이다. 나는 위태했던 동아리 리더의 자리를 단숨에 단단하게 굳힐 수 있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국내 마술사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마술사의 이름을 줄줄 외워대는 나는 대통령 선거에 나가도 당선될 만큼의 열정적인 지지를 받았다. 치킨을 살 테니까 좀 더 이야기 해달라고 조르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예수님이 열 두 제자들에게 했었을 것처럼 그렇게 마술복음을 열심히 전파했고, 친구들은 새로운 마술 시대의 메시아로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마술 덕분에 중2병에 걸려 가시 돋친 말투로 세상 고뇌를 짊어진 듯 좀비처럼 살아가는 다른 집 아이들과는 다르다고 좋아하셨다. 나는 용돈을 탈탈 털어 마술잡지의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약간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지만 마술계의 신으로서 군림하려면 지출해야 할 비용이었다. 이제 나는 잡지 발행일이 가까워지면 잠이 들지 못한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택배 아저씨의 벨소리에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총알처럼 뛰어 나간다. 엄마는 그까짓 잡지 한 권이 뭐라고 그렇게 호들갑을 떠느냐고 핀잔을 주었지만, 나에게는 생명수이자 복음서인 것을 엄마가 알 리가 없다.

나는 그동안 잡지(雜誌)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인터넷 시대에 컴퓨터만 켜면 온갖 정보가 쏟아지는데 굳이 글자가 빼곡한 책을 누가 읽겠는가? 신문보다는 텔레비전, 텔레비전보다는 스마트폰의 뉴스를 먼저 보는 세상에서 잡지는 왠지 구식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시대가 발전해도 오히려 옛것이 위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 텔레비전이 거실을 장악해도 여전히 영화관에 가고, 운전을 하는 중에는 라디오를 듣고, 샤프가 편리해도 연필을 깎아 쓰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 무엇인가 그것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잡지의 장점이 무엇일까?

 

나는 잡지가 전문적이어서 좋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는 잡지만큼 자세히 마술을 소개해주지 못한다. 마술전문 케이블 방송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잡지가 가장 꼼꼼하게 궁금한 것들을 챙겨준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은 그 당시 흥미 있는 사건을 중심으로 잠깐 동안 시청자나 독자에게 알려주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어버린다. 그러나 잡지는 한결같다. 이번 달 기사가 질리면 지난달의 잡지를 다시 펴 봐도 항상 재미있다. 그래서 나는 잡지를 버리지 못한다.

 

잡지는 신문보다 더 오랫동안 내 곁에 있다. 신문은 하루나 이틀이 지나면 버려진다. 그러나 잡지는 한 달을 기다려야 나오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내 가방 속에서 나와 함께 있다. 오랫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여러 번 읽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많다. 한 번 쓱 읽고 버렸다면 잊어버렸을 것들인데 잡지 덕분에 내 나름의 응용된 마술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지금도 아이디어를 얻고 싶으면 옛날 잡지를 꺼내 살펴본다. 오랜 시간동안 같이 있어 온 친구처럼 잡지는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잡지를 읽다보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동영상을 보면 영상의 속도를 따라가느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눈동자만 열심히 굴린다. 그러나 잡지는 한 글자 한 글자 읽다보면 생각을 많이 한다. 머릿속으로 마술장면을 상상하기도 하고 사진을 보면서 기법을 익히기도 한다. 때로는 나만의 방법으로 새롭게 해석해서 응용하면 더욱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잡지는 샘물처럼 상상력을 무한하게 뿜어 나오게 한다.
 


생일날의 마술공연은 대성공이었다. 어머! 어머! 감탄사만 연발하는 엄마는 계속해서 박수를 쳤고, 아빠는 구두 자른 것에 대한 사면령을 내리셨고, 할아버지는 마술에 사용하라고 안 쓰는 지팡이를 주셨다. 친구들은 아이돌 가수 공연을 보는 팬들처럼 내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아직 서투른 초보 마술사이지만 오늘은 모두가 나를 영웅처럼 대접해주었다. 친구들이 돌아간 후 내방 책상에 앉아 마술 잡지를 바라봤다. 그래 모두가 네 덕분이야. 언젠가는 우리가 힘을 합쳐 악당으로부터 지구를 지킬 마술도 개발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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