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
제10회 전 국민 잡지읽기 공모전 수상작 -고등부 우수상
신유미 기자  |  mybop@daum.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79호]
승인 2018.01.05  17:05:0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사)한국잡지협회는 잡지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내고 전 국민의 독서생활화 및 잡지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매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잡지읽기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는 5월 8일부터 9월 18일까지 접수를 받았으며, 일반부 부문에서 15명, 청소년 부문에서 16명이 수상했다. 이 중 청소년 부문 수상작을 연재한다.

 

- 경기 군서고등학교 1학년 홍수빈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면 과거의 나는 1년 365일 가을을 살았다고 할 수 있겠다. 추석 때 시골에 내려가면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듯이 내 어린 시절에 귀를 기울이면 책장 넘기는 소리가 사락사락 들려온다. 책과 나의 깊은 인연이 시작된 데에는 나를 데리고 도서관 소풍을 가던 엄마의 공이 컸다. 엄마는 내가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나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준 분이다. 내가 조금 더 자라자 내 손을 잡고 도서관에 가기 시작한 것은 이야기의 당연한 흐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도서관에서 예쁜 삽화들과 함께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담긴 동화책도 읽었고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부터는 인권과 평등, 편견과 차별을 주제로 한 무게 나가는 책들도 읽었다. 내가 학교에 가 있을 때면 엄마가 대신 책들을 빌려다 주기도 했다. 딱히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없었던 나는 집에서 엄마가 빌려다준 책을 읽었다. 세상을 보기 위해 창밖을 내다 볼 필요가 없었다. 그저 현명한 글자들을 탐독하고 또 탐독하면 되었다. 내게 독서란 세상을 바라보는 돋보기였다. 책의 세상에서는 고소한 종이 향기가 빵 냄새처럼 풍겼고 수많은 지식이 비처럼 쏟아졌다. 그 속에서 나는 앤서니 브라운과 권정생과 프란체스카 비어만과 이어령 작가를 만났다.
 

책을 읽던 나는 얌전한 독서가보다도 말괄량이 모험가에 더 가까웠다. 책을 펼치면 용이 사는 나라에도 갈 수 있었고 똑똑한 어른도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취미가 독서라는 걸로 유치한 자만을 부리던 나도 가끔은 내 또래 아이들처럼 유행하는 만화책을 좇기도 하였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멋진 캐릭터들과 매력적인 이야기가 있는 만화책은 평소에 읽던 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내가 만화책에서 사랑한 시각적 즐거움과 비소설에서 사랑한 수많은 지식의 파도들은 모두 잡지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잡지라고는 미용실에 가면 꽂혀있는 잡지가 전부인 줄 알았던 나는 『독서평설』을 읽고 신세계를 경험한다. 아쉽게도 나의 부모님은 정기구독까지 해주시진 않으셨지만 서점에서 일하시는 이모부가 가끔씩 가져다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행복해했다. 표지에 실린 모델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잡지 표지모델이 되어야겠다는 꿈을 의뭉스레 품기도 했다. 『독서평설』 맨 뒷장에 있는 독자 엽서도 정성스레 써 본 적이 있다. 뽑히지 않아서 그 뒤로 독자 엽서를 보낸 일은 없었다. 나는 처음으로 무생물에게 서운한 마음을 느꼈다. 잡지를 제작하는 사람들에게가 아니라 잡지 자체에게 서러움을 느낀 것이다. 나는 참으로 어린이다웠다. 하지만 나의 엽서를 뽑아주지 않은 잡지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나는 잡지책의 여백에는 내가 느낀 감상이나 낙서들을 빼곡히 채워 놓았고 마음에 드는 부분만 반복해서 읽을 정도로 잡지를 못살게 굴었으니까 말이다. 그중에서 만화로 재구성한 황순원의 ‘소나기’는 몇 번이나 되돌려 읽었는지 모르겠다.
 

『독서 평설』뿐만이 아니라 『위즈키즈』, 『과학소년』같은 어린이 잡지는 내 어린 시절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준 소중한 친구들이다. 어릴 적 본 그 잡지들이 지금의 나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지식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선물해 준다. 내 어린 시절은 어린이 잡지를 덮는 것과 함께 끝이 났지만 잡지에서 읽은 각종 정보들과 귀여운 만화들은 벌써 추억이 된 게 아쉽다는 듯이 멀리서 손을 흔든다. 수행평가, 시험공부, 숙제들에게 시간을 빼앗기는 요즘에는 시험이 끝나면 다시 한 번 좋은 잡지책을 읽어보겠다며 속으로 다짐하기도 한다. 가까운 사람과 멀리 떨어져 있어 보아야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알듯이 잡지와 사이가 소원해져 버린 나는 지금에서야 잡지의 유익함을 절절히 느끼고 있다.
 

잡지는 정보를 전달에 해주는 기자이기도 하고 주제에 따라 천차만별의 개성을 가진 배우이기도 하다. 어쩌면 사색의 힘을 가꿔주는 훌륭한 선생님일 수도 있다. 매번 새로운 옷을 입고 나오는 패션모델이기도 하고 나의 경우에는 어린 시절을 함께 해준 친구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나는 내 어린 시절이 잡지로 이루어진 해변이라는 이유만으로 잡지를 사랑하지 않는다. 잡지는 나의 추억을 이루는 수많은 모래 알갱이 중 하나일 뿐이다. 나는 잡지의 자유를 동경하기 때문에 잡지를 사랑한다. 모든 글과 예술작품이 그래야 하듯 잡지 또한 누군가에게 종속되지 않는 자유인이어야 한다. 독자는 독자가 읽는 책으로 인해 완성된다. 그러므로 자유로운 잡지가 탄생되어야 자유로운 독자도 탄생한다. 책의 숨결과 잡지의 숨결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나를 만들었다. 내 오랜 친구이자 스승으로서의 잡지를 다시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요즘이다.

 

< 저작권자 © 밥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밥매거진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250, 3층 (우: 07312)  |  대표전화 : 02-837-0424  |  팩스 : 02-837-0418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영등포,라00367   |  발행인 : 최명칠  
Copyright 2011 밥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ybop@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