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재원이의 청소년이 바라보는 학교&교육
또래 청소년들의 혜안청소년 참여법정에 참여하며
인천국제고등학교 1학년 박재원 수습기자  |  pjw376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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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호]
승인 2018.05.08  15: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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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친구가 법원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장난기가 많았지만 나쁘지 않은 아이로 기억됐기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걔가 법원에 갔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알고 보니 편의점에서 또래 아이들과 가벼운 절도를 저질렀고, 편의점 주인과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법정에서 재판과 보호 처분을 받았다고 전해 듣게 되었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저지르는 경미한 방황, 비행들이 존재한다. 이런 가벼운 소년범에 대한 처벌과 선도 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여기서는 직접 경험한 ‘청소년 참여법정’이라는 제도를 소개하고자 한다.


청소년 참여 법정이란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의 청소년들이 직접 소년 재판에 참여하는 제도이다. 범죄를 저질러 가정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미성년자에 대해 형식적인 보호 처분을 내리기보다는 청소년의 눈높이로 바라보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이다. 비교적 가벼운 비행을 저지른 보호소년들에 대하여 청소년 8~9명 정도로 구성된 참여인단이 사건에 대해 평의한 후에 처벌 대신 ‘부과 과제’를 설정한다. 그러면 판사는 참여인단이 내린 부과 과제가 합리적인지, 올바른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검토하고 이를 이행할 것을 명령한다. 보호소년이 이를 성실히 이행하면 담당 판사가 이를 확인하고 따로 심의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은 종결된다.

‘미숙한 청소년들이 사법체계에 관여한다고? 전문성도 부족할뿐더러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무리 깊이 생각하고 그 내용을 회의를 통해 정제한다고 해도 전문성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서 완벽한 해결책이 나올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비슷한 문화와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또래의 청소년들이 사건의 본질이나 비행소년의 심리에 대해 더 잘 안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는 청소년의 반성을 이끌어내고, 큰 충격 없이 학교생활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참여인단은 죄의 유무나 양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또래의 시각에서 비행 환경 개선이나 재범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과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구립 도서관 방문하고 확인 도장 받기’, ‘사랑일기 쓰기’, ‘금연 클리닉 교육 이수하기’, ‘형사재판 방청 후 소감문 쓰기’ 등의 과제를 부과하고, 이런 과제가 어느 정도 근거와 합리성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여겨지면 판사는 그 부과 과제를 주문하는 것이다.



청소년 참여 법정에 가다
나는 지난 2017년 인천 가정법원 청소년 참여 법정 참여인단으로서 두 건의 재판에 참여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은 간단하다. 보호소년은 보호자와 함께 사건 진술서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재판 진행자에게 심문을 받고, 청소년 참여인단들은 여러 자료와 함께 보호소년이 답변하는 내용을 살펴보며 사건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이때, 사건에 대해 질문할 내용이 있으면 진행자를 통해 물어볼 수도 있다. 평의 시간이 되면 보호소년과 보호자는 잠시 법정에서 나가있고 그 시간 동안 참여인단들은 평의를 거쳐 어떤 부과과제를 설정해 줄지 서로 의논한다. 평의 시간이 끝나면 보호소년과 보호자는 법정 내로 들어오고 판사는 그 부과 과제를 보호소년에게 부여할지 말지를 결정해 판결을 내리게 된다.

인천 지역 내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교복을 입고 부모님과 함께 재판에 출석했다. A군은 아파트 앞 자전거 거치대에 주차되어 있는 고가 자전거를 몇 차례 훔치는 등의 범행을 저질렀는데, 재판에서는 평소 A군의 가족관계나 학교생활 등을 위주로 심문을 받았다. A군은 범행을 저지른 이후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서에 작성하였지만, A군의 부모님은 사건을 저지르고 난 후 불과 몇 주일 만에 또 고액의 문화상품권을 절도해 곤욕을 치렀다고 고백했다. 이를 비롯하여 평소 생활 습관은 어떤지, 친구관계는 어떤지,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하는지 등을 재판 진행자가 심문을 이어가자 A군은 선뜻 대답하지 못하거나 단답식으로 넘어가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A군의 부모님은 자신과 아들의 관계가 상당히 단절되어 있고, A군이 PC 방에서 게임하는 것 외에는 다른 즐길 거리를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심문 후 참여인단 학생들은 무엇이 A군의 문제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공통적으로 참여인단은 A군이 어렸을 적부터 시작된 부모님과의 소통 단절로 인해, 학교생활 부분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데 큰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의견을 모았다. 친구와 싸운 후 학교에 가기 싫어 무단으로 결석했다거나,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없었다는 등의 A군의 말을 듣고 나서 참여인단 학생들은 A군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이는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과제를 부여하자는 제안으로 이어졌는데, A군의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고 집 밖에서 문화생활을 할 여유가 없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A군에게 부모님과 함께 집안일을 하고 인증샷과 함께 확인용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과제를 부여했다. 또한, 절도 같은 범법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반복하는 A군에게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형사재판 방청 후 소감문 쓰기 과제’ 등을 부여하자고 의견을 모아 평의문을 작성하여 참여인단의 역할을 끝마쳤다.
 


청소년 참여 법정의 의미
사실 나는 청소년 참여 법정 참여인단으로 선정된 그 순간부터 재판을 끝낸 지금까지 한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 제도가 형식적인 절차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청소년들의 반성과 교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그 보호소년이 과제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참여인단이 전혀 알 수가 없기에 참여인단 학생들의 고민이 그 결실을 맺었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 사회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범죄자를 바라보는 동시에 그 ‘범죄’자체에 대해 성찰하며 무엇이 범죄의 동인이었는지, 우리 사회가 이해하고 끌어안을 수는 없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청소년 참여 재판’은 그런 고민들을 ‘청소년’과 ‘경미한 범죄’라는 작은 틀에 국한해서 제도화 시킨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참여인단이 보호소년에 대해 고민하고 공감해 문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듯이, 크나 큰 범죄를 해결하고 아름다운사회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과 관심이 사람들에게 요구될 것이다. 청소년 참여 법정이 과연 그 보호소년에게 도움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아름다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고민의 작은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의미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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