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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즐거운 명절? 정말 모두 즐거울까?
동의과학대학교 실내건축과 18학번 김다슬 기자  |  ektmfrl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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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승인 2018.09.06  14: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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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1남 2녀 중 장녀인 저는 달갑지 않은 날이에요. 점점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몇 십 년 동안 내려왔던 관습이 확 바뀌려면 또 몇 십 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최근 남녀평등이라는 이슈에 관심이 많아져서 저도 접하다보니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남녀차별 현상이 눈에 바로 보이고, 소소한 것도 섭섭해지고 그러네요.


작년 명절 때 엄마는 항상 제 이름만 부르셨고, 오빠는 방에서 게임만 하고 있었죠. 이런 모습에 너무 화가 나서 “나도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왜 나만 부르고 오빠는 방에 박혀있냐”며 말을 했었습니다. 이에 엄마는 오빠도 불러 일을 시키기 시작했죠. 엄마가 시킨 일을 한 뒤에도 저는 계속 그 자리에 남아 혼자 음식하시는 엄마가 힘들까 싶어 도와줄 일이 없는지 물어봤고, 오빠는 시킨 일만 다 하고 방에 들어가 자기 할 일을 하더라고요. 올해 초등학교 3학년 여동생도 엄마가 도와달라는 것에 열심히 도와줬습니다. 하루 종일 전 부치고 허리가 아파와도 제사를 치러야하고 명절음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엄마도 저도 동생도 쉴 수 없었어요. 아빠도 간간이 엄마 일을 도와주는 모습을 보았지만 엄마가 하시는 일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사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힘들면서 음식을 해야 할까, 하고 난 뒤 먹는 음식은 맛있지만 이렇게 고생하고 싶진 않다는 생각도 했었고, 요리 후 뒷정리까지 해야 하는 것에 막막함을 느꼈어요.


곧 다가올 명절에도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무슨 말을 할지 모르겠어요. 올해는 엄마를 더 많이 도와 드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의논해 보고 만드는 음식의 양도 줄여보고요. 장도 조금만 보려고요. 아빠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더 많이 할 것이고 오빠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계속 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는 알아서 나와서 일을 도와줄 것 같네요. 적어도 같이하려는 성의는 보여줬으면 합니다.


소파구석에 누워서 TV만 보고 있는 미지의 여러분, 명절에 엄마의 모습을 한번 보세요. TV에 한 번 눈 돌릴 새 없이 불 앞에서 전과 씨름하고 튀김옷으로 앞치마가 더럽혀진 모습을요. 아무 생각이 안 든다면 귀찮다는 감정이 더 크다면 큰 잘못을 하고 계신 거예요.


저는 어른이 되어 만약 결혼을 하고 명절이 찾아온다면 최대한 간단하게 진행하고, 음식도 소량만 하든지 사 먹을 예정이에요.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명절요리는 안 하고 싶어요. 조상님을 섬기는 마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는 건 섬기는 마음이 아니죠. 내 명절 때 모습은 어땠는지 되새겨보고 올해는 가족 다 같이 맛있는 명절 음식 만들어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초등학교 3학년인 제 동생이 벌써부터 음식 만들 때 도움을 주는데 볼 때마다 고맙지만 약간 안타까워요. 아무것도 몰라서 튀김옷 입히는 걸 좋아라 하면서 도와주긴 하는데 나중에 안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는 건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되네요. 철 빨리 들어 좋다고들 하시는데 철이 빨리 들었다는 건 그만큼 혼자 생각하고 인내한 시간이 많았다는 거예요. 모든 걸 참고 넘겼다는 뜻이죠. 그러니 철이 빨리 들었다는 말을 칭찬의 뉘앙스로 하지 말았으면 해요. 명절은 정을 붙이려고 해도 ‘쉬는 날’이라는 사실 외 밖에 좋은 점이 없는 거 같아요. 가끔 외할머니를 뵈기 위해 시골에 올라가는데요. 저는 친척 아이들 중 저희 오빠 다음으로 나이가 많고, 아래로 차이가 많이 나는 편이라서 가만히 앉아있으면 눈치 보이고 애들 밖에 없으니 힘들기만 하니까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지만 처음에 아래 동생들이 전부 아기였을 땐 엄마는 물론이거니와 저까지도 아이들 보느라 진이 빠졌던 기억이 나네요. 엄마는 할머니를 봬서 좋아하시지만 또 가만히 못 앉아계세요. 친정집에 왔으니 좀 쉬어도 좋을 것 같은데…. 저희 엄마뿐만 아니라 이모도 집안의 남자들이 방안에 모여 술 마시고 이야기 할 때 여자들은 부엌에 가서 안줏거리, 과일 등을 만드신답니다. 설거지도 도와드리고 나르는 것도 도와드리는데요. 정말 마음 같아서는 말하고 싶어요. 어른 공경도 지켜야 할 말이지만 저희 엄마나 이모도 똑같은 어른이잖아요. 할아버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모부, 아빠만큼은 자기가 먹을 찬거리 정도는 적어도 나르는 게 상식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스스로 깨달으시고 가치관이 조금 바뀌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제가 너무 많은 바람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언제쯤이면 이런 명절문화가 없어질까요?

 

혹시 여러분은 집에서 이러한 차별을 느끼고 있진 않나요? 이번 명절에는 불평등에 대해, 그리고 명절 일 분담에 대해 논의를 해보면 좋겠어요. 가만히 있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평소 엄마 일을 도와주지 못했다면 올해부터 설거지만이라도 도와드리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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