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재원이의 청소년이 바라보는 학교&교육
공부를 공부해 보다
인천국제고등학교 1학년 박재원 기자  |  pjw3766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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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승인 2018.09.11  15:5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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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어른들은 주변에 있는 대상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접근하라고 합니다. 그것이 합리적 사고의 출발점이라며 말이죠. ‘주변에 있는 대상’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우리의 삶과 가장 많이 맞닿아 있는 게 그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공부죠. 청소년들은 실제로 가장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공부는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에게 기대되는 가장 큰 역할이며 우리의 삶은 그와 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깊게 연관되어 있죠. 실제로 공부를 하지는 않더라도 모두 ‘공부해야지’라고, 적어도 생각 정도는 매 순간 하고 있잖아요? 이번 기사에서는 그런 제가 생각하는 공부의 목적과 의미, 공부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 싶습니다.

 

나는 왜 공부하는가
저는 학문에 대한 깊은 조예나 관심 등은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일반적인 고등학생입니다. 사실 제가 ‘나는 이러하기 때문에 공부를 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는지조차 잘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의 삶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란 믿음 아래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이던가요. 나에게 영향을 주는 요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야 하죠. 인간은 세상과 다양한 상호작용을 해가며 자아를 형성해가기 때문입니다. 즉, ‘나’에 대한 관심은 타인, 세상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띄고 있는 것입니다. ‘나’를 이해하기 위해선 타인과 세상을 보는 혜안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저의 경우, 어려서부터 미디어를 통해 표현되는 영상이나 글 등이 저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 느끼었기 때문에 그 분야를 경험하며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가지고 있습니다. ‘나’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이런 공부의 목적을 만든 것입니다.


필요한 공부 vs 하고 싶은 공부
공부가 꼭 모두에게 필요할까요? ‘운동선수는 운동만 잘하면 되고, 가수는 노래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의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실제로 이 부분에서 큰 불만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잘 알아둬야 할 것은, 공교육의 본질적 목적이 특정한 분야에 대한 전문가 양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양성을 존중하고 민주사회를 구현,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자질과 소양을 양성하는 것이 민주사회에서의 공교육의 존재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공교육이 그 목적을 잘 실현하고 있는지의 여부와 관계없이 말이죠.

우리가 흔히 국어교육의 목적이라고 하는 것을 떠올려 보겠습니다. 언어의 기능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해서 다양한 언어활동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것, 더 나아가 이를 토대로 다양한 자료를 해석·추론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죠. 우리가 살아가면서 너무나도 많이 활용해야 하는 능력입니다. 공교육의 목적이 민주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했죠? 민주시민은 자신이 처해 있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논리적으로 판단하고 의견을 다른 구성원들에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판단을 위해 다양한 자료를 읽고, 추론하며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서 논리 정연하게 말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이러한 측면에서 국어교육은 ‘민주시민의 양성’이라는 목적에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교육의 실효성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루더라도,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꼭 이렇게 어떤 특정 목적을 위해 공부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공부가 한 사람의 삶 자체가 되기도 합니다. 행복이나 자아실현 등의 목적을 위해서 하는 공부들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때, 공부는 그 의미를 넓게 확장하게 됩니다. 운동, 음악활동 등도 그 사람만의 공부라고 할 수 있겠죠. 그 공부의 가치를 타인이 함부로 평가할 수는 절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공교육같이 사회가 요구하는 ‘필요한 공부’와 개인이 하고 싶은 공부가 충돌할 때 발생합니다. 두 가지가 일치하는 부분을 최대한 찾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또한, ‘필요한 공부’로 분류되는 것들은 경쟁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으로 치환되면서 사회적 계급 이동의 수단으로 여겨지게 됩니다. 사회는 ‘필요한 공부’만을 강조하고 개개인만의 공부를 할 수 있는 여유와 환경을 마련해 주지 않죠. 이에 따라 개인의 입장에서 ‘필요한 공부’는 억지로 해야 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필요한 공부’와 ‘하고 싶은 공부’의 교집합을 느끼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스트레스를 받겠죠. 저는 이 사회가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여유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성공과 ‘필요한 공부’를 지나치게 결부 짓지 않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공부의 본래 의미를 되찾을 수 있겠죠.

또한, 개인 스스로도 편견을 가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학교 활동들을 생각해보면 ‘이것이 나에게 꼭 필요하고 의미 있다’ 생각하며 접근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주어진 과정들이 나만의 공부 영역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전에 ‘재미없는 것’이라고 치부해 버린다면, 좋은 기회를 허무하게 잃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기 싫은 공부
좋아하는 공부가 있다면 하기 싫은 공부도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평가를 위한 공부를 가장 싫어합니다. 배우고 있는 개념이 어떻게 큰 흐름 속에서 적용되는지 알지 못하고 답을 맞히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방식의 공부 말입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공부를 하다 보면 제가 하고 있는 생각을 멈추고 타협해야 하는 순간이 너무나도 많이 존재합니다. 엄연한 답이 있고 수험생은 그 답을 맞혀 내야 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집이 제시하는 논리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하지 그 논리를 비판적으로 분석해 보지는 않습니다. 그럴 기회 자체가 제공되지 않죠. 주체적으로 학문에 대해 폭넓게 공부하며 확장해 볼 시간도 부족하고 말입니다. 대입과 수능이라는 거대한 산이 존재하는 이상, 우리의 공부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한 행위 안에 국한되기 쉽습니다.

저는 그동안 ‘대학교에 가면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겠지….’ 생각하며 견뎌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대학에서 가장 선호하는 학생’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보게 되면서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영상 속 강사는 한국 대학의 공부는 고등학교 공부의 연장선이며, 대학교에서도 결국 평가를 위한 공부가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고 주체적으로 학생이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그 영상의 내용이 사실인지는 대학생이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사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죠. 하지만 언젠간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루는 태도만 취하다가는 큰일 나겠다는 일종의 위기감이 엄습하였습니다.

우리가 성장해갈수록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점점 더 많아질 것입니다. 평생교육시대라고 하잖아요? 급격한 기술과 시대의 발달에 따라 우리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하기 싫은 공부 또한 많이 해나가야 합니다. 공부만 하나요? 어른이 됨에 따라 스스로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도 해야겠죠.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 자신만의 공부를 이어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죠. 하기 싫은 공부라도 꾸역꾸역 해나가며 나와의 한계에 부딪히는 경험이 훗날 더 힘든 상황을 극복하게 하는 훈련이 될 것이라고 믿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끝까지 이겨 내는 중에도, 우리는 그런 ‘해야 할 일’에만 함몰되지 말아야 합니다. 힘들게 ‘해야 할 일’, ‘필요한 공부’를 이어나감과 동시에 끝까지 ‘나만의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게 해야 타인, 또는 사회의 부품으로 전락하지 않고 내가 나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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