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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인이 된 주민번호 앞자리
충북 충주여자고등학교 1학년 이다은 기자  |  ide0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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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호]
승인 2018.10.04  16:2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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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7일을 기점으로 65일간 진행된 스토리펀딩이 있다. ‘낙인이 된 주민번호 앞자리’란 이름으로 올라온 이 펀딩은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트랜스젠더 ‘정태연(가명)’ 씨의 성별 정정 소송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올라왔다. 스토리펀딩이란 ‘프로젝트 진행을 위해 자금이 필요한 창작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불특정 대중들로부터 자금을 투자받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 플랫폼들 중 하나로 후원이 필요한 창작자가 기사를 써 대중들을 설득하는 독특한 방식을 갖고 있다. 총 8화의 기사가 올라온 이 프로젝트는 정태연 씨가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 여부’, ‘성전환 수술의 결과 생식능력을 상실하였는지 여부’ 등의 가족관계등록부상의 성별 정정 기준을 충족하지 않고도 성별 정정에 성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한다. 위에 기준들을 보았듯이 우리나라 법안에는 성별을 정정하려면 성전환수술이 필요하다고 명시된다. 하지만 정태연 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외과적 수술에 실패했다. 이처럼 건강 때문에 혹은 비용 때문에 수술을 못하는 트랜스젠더들도 많다. 또는 본인의 몸에 만족하여 수술을 필요로 생각하지 않는 트랜스젠더들도 있다.

낙인이 된 주민번호 앞자리 5화에서는 현역병 입대 면제를 위해 병무청을 찾아갔다가 군의관으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하란 소리를 들은 이누보 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군의관은 이누보 씨에게 고환 적출과 같은 돌이킬 수 없는 조치를 취해야만 5급인 현역병 입대 면제 판정을 받을 수 있다며 돌려보낸다. 이누보 씨는 11개월 안에 고환 적출 수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받고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스무 살 초반이고, 법적 성별과 사회적 성별이 다른 이누보 씨가 급하게 돈을 마련할 방법은 달리 없었다. 그렇게 모은 돈을 들고 고환 적출 수술을 하고 나서야 국가는 현역병 입대를 면제시켜주었다.

이렇게까지 외과적 수술이 중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왜 목숨과 큰 비용을 담보로 하는 트랜스젠더 수술을 이렇게 강요하는 걸까? 아마도 다른 성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무지해서 그럴 거라 생각된다. 수없이 학습된 차별과 이젠 기계적으로 머리에 박혀버린 혐오가 이런 상황에서도 자동적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성기의 모양에 따른 성별은 잘못된 점이 너무나도 많다. 생식기에 따라 성별이 인정된다면 우리 사회는 이분법적인 성별 분류가 아닌 더 많은 성별을 주민등록번호로 기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성 즉 간성은 태어날 때부터 한 성별의 생식기나 호르몬만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 유엔 인권 고등 판무관실의 “Free & Equal Campaign Fact Sheet: Intersex"에 따르면 이러한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의 0.05%에서 1.7%나 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 많은 사람들의 성별을 인정해주고 있는가? 항상 다수의 입장만 생각하지 않는가? 생식기로만 성별을 인정해줄 거라면 이러한 사람들의 성별들도 다 다르게 인정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법적 성별을 정정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뀌지 않은 법적 성별을 가진 채 생활할 때 가장 불편한 일 중 하나는 이누보 씨와 같은 취업 문제이다. 사회에서 인식하는 해당 성별 모습과 주민등록상의 성별이 다르면 취업과 같은 생계 유지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어쩔 수 없이 성매매 업소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또, 법적 성별을 정정하면 이성인 파트너와 혼인신고를 올릴 수 있게 된다. 아직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선 아무리 파트너와 나의 성별이 달라도 가족관계등록부상 동성으로 올라가 있으면 혼인신고를 올릴 수 없다. 물론 파트너가 동성인 트랜스젠더들도 있지만 파트너가 이성이고, 혼인신고를 원하는 트랜스젠더들이라면 법적 성별 정정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더불어 위에 나온 군대 병역 의무를 들 수 있다.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성적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실태조사 내용에 의하면 조사에 참여한 MTF(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트랜스젠더 가운데 47.4%는 군복무 중 관심 사병으로 분류된 경험이 있고, 26.3%는 신체적 성폭력을, 15.8%는 성관계 묘사 강요 등 언어적 성폭력을 경험한 바 있다 밝혔다.

비록 정태연 씨의 펀딩은 목표 자금인 500만 원을 채우지 못하고 종료되었지만 이걸 시작으로 후에 다른 트랜스젠더 관련 펀딩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길, 성전환수술 유무에 관계없이 법적 성별 정정이 가능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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