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포커스밀알복지재단 이야기
장애인식개선 수필 「엄마의 브로콜리」
밀알복지재단 홍보팀  |  pr@miral.org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190호]
승인 2018.12.07  15:29:5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밀알복지재단은 지난여름, ‘일상 속의 장애인’을 주제로 스토리텔링 공모전을 진행했습니다.
장애인 당사자, 부모, 주변인 등 다양한 사연들이 총 393편 접수됐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에이블뉴스 대표상을 받은 윤종환 씨의 「엄마의 브로콜리」를 밥매거진 독자들에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엄마의 브로콜리

글_윤종환


「귀가 들리지 않아도 나는 엄마입니다. 그런데, 다크서클에 좋은 음식이 무엇이 있나요?」

미영 씨가 나를 처음 만난 날 작은 종이에 써준 말이다. 엄마라는 단어, 누군가의 엄마가 된다는 말처럼 가슴을 무겁게 누르는 말은 없다. 분명, ‘엄마’라는 말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녹아있다. 귀가 잘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는 상관이 없다. 엄마라는 말은 그 자체로 포근하며, 그 자체로 먹먹하지만 가장 위대한 말이다.

미영 씨는 그런 ‘엄마’였다. 그녀의 첫 문장은 예기치 못하게 나를 작게 만들었다. 아이를 낳은 지 1년 6개월이 조금 넘은, ‘우리 아이 건강해요’라며 자랑하는 미영 씨는 첫 만남부터 위대하고 강한 엄마였다. 사랑에는 어떤 조건이나 배경도 상관없다는 걸 보여주는 엄마. 그러는 그녀가 왜 ‘다크서클에 좋은 음식’을 찾았을까. 그녀는 청력을 완전히 손실한 청각장애인으로, 흔히 일컫는 ‘농’이다. 보청기를 착용할지라도 그 어떤 신호조차 귀를 통해 뇌로 전달되지 않는 장애를 가졌다. 의사소통 수단으로 수어를 쓰기도 하고 상대방이 말을 할 때 움직이는 입술의 모양을 관찰하는 방법(독화)을 이용하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친절하게 글씨를 적어서 준다.

귀가 안 들리는 것과는 별개로 말을 유창하게 하면 좋겠지만, 미영 씨는 비장애인들의 일상적인 언어를 많이 듣지 못해 언어발달이 꽤 늦어진 편이다. 그래서 유창하게 말을 하지 못한다. 입으로 소리를 내 표현을 하지만 어눌한 말을 하거나 가끔은 알아듣기 힘든 말을 할 때도 많다. 그러나 그녀의 말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글자가 아닌 그녀의 심정이 들린다. 나를 처음 만난 날 자신을 소개하는 순간부터 느껴졌다. 짧은 말 한마디에도 정성을 담아 말을 하는 모습. 그리고 어느샌가 붉어진 미영 씨의 눈시울을 보면 알수 있다. 슬픔이 밀려오는 그 얼굴을 오래 마주하자니 나도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지만, 그녀는 나의 입 모양을 또렷하게 보아야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온갖 울음과 미묘한 감정 모두 목 너머로 삼켜버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렇지 않게, 그녀가 날 보고 좀 더 편하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표정 연기를 해야 했다. 내 감정을 속이기가 조금은 힘들었어도 미영 씨의 힘든 시간을 끄집어내 조금은 위로하고 싶었다.

「아이가 탄생하는 날,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행복했어요.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그런데, 저는 지금 힘이 듭니다. 죄책감도 들어요.」 미영 씨가 하소연하듯이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말을 하면서도 아기가 곤히 잠자고 있는 방을 자꾸 쳐다보는 그녀. 혹여 아이가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까 걱정이라도 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을 건넸다. 「아니에요, 미영 씨.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기도 너무 예쁘고, 미영 씨도 너무 예쁘고 아름다우세요.」 조금은 위안이 되었길 바랐지만, 그녀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리고 붉어지는 그녀의 눈, 그 밑으로 조금은 짙고 어둡게 칠해진 다크서클이 보였다.

다크서클이 드리운 그녀의 음영은 위에서 비추는 조명 때문에 더 내려앉아 보였고, 그 깊이는 그녀가 말한 ‘죄책감’을 덜지 못해 얼마만큼 파여 있는 듯했다. 육아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더니, 엄마는 역시 힘든 존재라고 생각하며 또 한편으로는 ‘엄마’라는 존재 덕분에 나도 우리도 클 수 있다는 감사함이 떠올랐다. 이 마음으로 다시 그녀를 다독이려고 했다. 그녀가 우울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 전체 기사는 밥매거진 12월 호를 통해 확인하세요!

 

< 저작권자 © 밥매거진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밥매거진 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소 : 서울 영등포구 신길로250, 3층 (우: 07312)  |  대표전화 : 02-837-0424  |  팩스 : 02-837-0418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영등포,라00367   |  발행인 : 최명칠  
Copyright 2011 밥매거진.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ybop@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