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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러고 살자! - 밀알앙상블
[185호] 2018년 07월 05일 (목) 14:58:08 글·사진_밀알앙상블 단장 송명애 밀알복지재단 홍보팀 pr@miral.org
   

2016. 11. 26. PM:3시경 인천국제공항. 발달, 지체, 시각 장애를 가진 연주자들로 구성된 밀알앙상블이 첫 해외에서의 연주를 위해 라오스로 떠나던 날이었다. 연주자 6명과 보호자 6명이 수속을 밟고 있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화가 잔뜩 난 목소리가 공항 전체에 포성처럼 울려 퍼졌다.


“왜 날 여기에 데리고 왔냐고요. 비행기 타는 거 무섭다고 했잖아요?”


밀알앙상블에서 비올라를 연주하는 발달장애를 가진 막내의 원망 가득한 목소리였다. 순간 공항에 있는 많은 시선이 우리에게로 향했고, 눈 깜짝할 사이에 보안요원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다. 나는 순간 의연해야 된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놀란 사람들에게 애써 미소를 지어 보여야 했다.


2010년부터 지금껏 많은 연주회를 가졌던 밀알앙상블이지만 해외에서의 연주회가 처음이어서인지 단원 중 일부가 잔뜩 긴장을 했던 모양이다. 우리는 마음을 다해 불안해하는 단원을 다독였고 다행히 짧은 시간에 괜찮아졌다. 그렇게 우리는 해외 첫 연주회를 위해 아시아에서 가장 발전이 더디고 낙후되었다는 라오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조금은 요란스럽게(?) 올랐다.

 


꼭 다시 와주세요
우리는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새벽녘에 도착하자마자 아침부터 바쁜 일정들을 소화해야만 했다. 처음 우리가 찾아간 곳은 한 초등학교였다. 아이들은 이름 모를 들꽃들로 직접 만든 꽃다발로 우리를 환영해 주었다. 그 순박하고 예쁜 아이들의 눈동자들을 보니 그렇게 피곤하던 몸이 이내 회복되는 것 같았다.


우린 먼저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성된 밀알앙상블에 대해 소개를 해주었다. 아이들은 바이올린이나 첼로를 처음 접해보는지 호기심이 가득하게 쳐보았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며 연주에 귀 기울이는 아이들을 보니 절로 힘이 나고 함께 할 수 있음에 참 행복했다. 우린 연주에 맞춰 춤도 추며 놀았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준비해간 작은 선물들도 나누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또 한 차례의 연주회에 이어 이내 우리가 세 번째로 찾은 곳은 지역의 지적장애인센터였다. 앙증맞은 다운증후군 장애인 여성들이 화려한 라오스 전통의상을 차려입고선 역시나 직접 만든 꽃목걸이를 우리에게 걸어주며 따뜻하게 환영해 주었다. 그 따뜻하고 진심어린 환영에 우리는 이미 그들과 하나 된 것 같았다. 그곳의 장애인들은 물론이고 우리 단원들과 그리고 동행한 단원들의 어머니들까지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센터의 원장님이 나중에 꼭 다시 와달라며 내 새끼손가락을 걸고선 인증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외부에서 누군가 자신들을 찾아온 것이 우리 밀알앙상블이 처음이라는 말에 마음이 조금은 먹먹해졌다. 그래서 꼭 다시 오겠노라 약속했다.

 


의자가 뜨겁습니다
그 후 여러 번의 연주회를 거치고 여덟 번째로 찾은 곳은 글로리국제학교였다. 장애인 단원 중 한 명이 무대에 준비된 의자에 앉자마자 깜짝 놀라며 “의자가 뜨겁습니다.”라고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학교에서 연주회를 위해 특별히 무대를 새로 설치를 했는데, 하필 연주회 시간에 지붕과 담장 사이의 공간으로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 의자가 열에 달아 있었던 것이다. 라오스는 기후 특성상 담장은 낮게 하고 그 위에 기둥을 높이 세워 지붕을 얹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낱 뜨거운 햇볕 속에서 연주한 단원들 모두 얼굴은 새빨갛게 익었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의 연주를 막진 못했다.


빡빡한 모든 연주 일정을 모두 마친 뒤였다. 라오스에서 헌신하고 있는 선교사 50가정을 초대해 그들을 위한 연주를 하면 어떻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단원들에게 강요할 수 는 없었다.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으면 쉬어요. 할 수 있는 사람만 연주를 하자.”


연주회가 끝난 후 코피까지 흘리던 음악감독님은 쉬게 해야만 했다. 다행히 장애인 단원들 모두가 연주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었다. 주위에선 내심 ‘밀알앙상블의 리더인 음악감독 없이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하는 눈치였다.


주위의 걱정 어린 시선을 뒤로한 채 장애인 단원들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열정 속에서 연주를 했고, 연주가 끝날 때마다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듣는 이나 들려주는 이나 모두가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동적인 밤이었다. 어떤 분은 밀알앙상블의 연주회를 보기 위해 18시간을 넘게 달려 왔는데 오길 정말 잘했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말 한마디에 우리의 피곤은 풀려 버렸다. 그렇게 밀알앙상블의 첫 해외 연주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자신의 장애를 자신의 업보라고 생각하며 다음 생은 좋은 환경으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라오스 사람들. 그런 라오스 사람들의 눈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연주하는 밀알앙상블은 놀라운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그들과 함께 했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는지 모른다. 바라기를 부디 우리의 이런 마음이 그들에게도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러모로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를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힘든 일정 속에서도 밀알앙상블의 첫 해외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단원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밀알앙상블
밀알앙상블은 2016년 11월 26일부터 12월 4일까지 라오스를 방문하여 던꺼이초등학교, 던녹쿰초등학교, 지적장애인센터, 로고스대학, 여성장애인센터, 글로리국제학교, 사무엘센터, 기쁜교회, 연합교회 등에서 연주회를 가졌습니다.

   
▲ 밀알 앙상블

밀알앙상블은 장애인에게는 기쁨을, 비장애인에게는 감동과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기회를 공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실 장애인은 의도하지 않았어도 도움의 대상이기 쉽습니다. 그러나 받는 것 보다는 나눔의 기쁨을 잘 알기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열심히 바이올린을 켜고 첼로를 배워 비장애 음악가와 함께 팀을 이루었습니다. 그렇기에 아름다움과 감동이 있고 또한 도전이 있습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와도 함께 나누며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밀알앙상블의 소망이자 목표입니다. 그래서 장애와 비장애, 이 단어조차 무의미해지는 세상을 위해 더 아름다운 연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밀알복지재단은?

1993년 설립되어 국내 장애인, 노인, 지역복지 등을 위한 46개 산하시설과 7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 18개국에서 특수학교 운영, 빈곤아동지원, 이동진료 등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2015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특별 협의적 지위를 획득하면서 글로벌 NPO로써 지위와 위상을 갖추었습니다.

홈페이지: miral.org
페이스북: facebook.com/miral4664
인스타그램: @miralwelfarefoundation
블로그: miralorg.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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